詩書畵 雲谷 姜張遠

 

 
작성일 : 06-11-26 17:57
목포 뒷개의 세발낙지
 글쓴이 : 雲谷
조회 : 3,107  
목포 뒷개의 세발낙지
모처럼 토요일 강의를 폐하고 목포행 고속열차에 올랐다.
설래는 마음으로 차창밖에 흐르는 가을정취를 흠뻑 느끼며
낯설은 젊은이가 앉은 옆자리가 못내 아쉽다.
가을 단풍을 기대한바는 아니지만 썰렁한 남녘의 들판이
결국은 나를 잠속으로 몰아가 고단한 꿈결에서 고운 임모습에 잠이 깨었다.
옆자리에는 고운 임이 아니라 예의 그 낯선 젊은 여인이 졸고있다.
‘여행이 이렇게 재미 없어서야---’
혼자서 궁시렁거리면서 문득 준비해간 읽을꺼리의 옛 시조집을 펼쳐들자
어느덧 목포역에 도착했다.
일부러 역에까지 마중나온 오랜 웹상의 친구 백산 선생과 숲속의 빈터 님-
처음 마주하는 두 분이지만 무척 반갑다.

사진촬영을 즐기는 분들이 함께해서 촬영지를 찾아 나섰는데
목포항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고 바닷가 갈대숲길을 따라 요리조리 헤메다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북항에 위치한 횟집을 향했다.
토요일이라 많은 내방객들로 북적거렸다.
차를 주차할 공간은 모자라고 차들은 계속 들어오고---어딜가나 주차경쟁---
미리 연락을 받은 횟집주인이 나와서 주차장을 안내하는 등-
바닷 내음 물씬풍기는 목포는 항구였다.

아마도 토요일 나들이로 대식구를 거느린 한 가장의 흥정에 큼지막한 활어가
건져 올려져 횟감으로 거래되는 모습이 모두들 행복한 모습들이다.
그 소님들을 안으로 안내하고난 횟집주인이 백산 선생더러
“아따 참말로 너무 오랜만에 오셨어라잉- 어째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당가요?”
하며 반기는 횟집주인이 권하는 활어 한 마리를 결정했다.
값이 만만찮다. 조금은 부담스러움을 느낀다.
“걱정 허지 마랑께요. 오늘 물이 참 좋소잉 -
요거 맛 없으먼 이따가 가실적에 나가 돈 안받아 부러요잉- 잉-
그라고 남지기는 나헌티 믿어부쇼- 저 살아 있는 낙지는 따로 사실거 없고라잉-
내가 알아서 써비스 해불것잉께---잉- 자 들어가시쇼---
여---여그 소님들 안으로 모셔라이--”
머저 와있는 외식객들이 북적거리는 방안에는 걸판지게 식사들이 한창이다.

횟감이 이렇게 좋으니 술이 나오지 않으랴-
“아가씨 고거이 뭐이냐 술---한 댓병 가져오쇼- 그라고 음료수도 한 두 병하고--”
미리 들여보낸 안주꺼리가 푸짐하다.
“일식집하고 똑 같아부러라- 여그가 훨씬 싸게 먹힌당게-
요런 살아 있는 저 싱싱한 거 머시냐 --거 우럭인가 머인가 우럭이제?
감성돔인가? 아녀 아녀 암튼 요런 회 먹을라먼 일식집이라먼 요값에 안돼제-잉“
그러니까 막상 횟감으로 올라올 활어의 이름을 잊어 먹은 것이다.
“마자요 감생이일겨- ”
“아녀요 우럭이여”
“아니랑게 거 머이냐 자즘바리 응 그려 다즘바리 마자-”
“요거이 뭐이냐하면 진도와 제주 중간지점의 바다에서만 잽히는 물고기로 맛이 최고여-
제주에 가서도 온통 요거 자랑이랑께-“
“마자 자금바리? 다즘바리? 아닌디-?”
“아녀 아녀 다즘바리---? 여보쇼 아가씨 요 이름이 뭐이다요? 다즘바리 맞소?”
“아따 고곳도 모르시는거 봉께 자주 안 오셨는갑소잉-
다금바리랑께라 다금바리- 최고로 맛이 있어라잉-
안주감으로 최고여라- 그라고 탕은 지리로 해불먼 좋아라우--”

낙지가 토막난 낙지가 몬도가네스럽게 참기름 뒤집어쓰고
그나마도 모잘라 참깨까지 뒤집어 쓰고 접시에서 꼼지락 거리는데 --
이런 이런--한 입에 호로록 마시고 싶은 충동이 인다.
아무래도 안돼겠던지 백산선생- 일어서 밖으로 나가면서
“요거 가지고는 안돼제라잉-
운곡 선생은 요거 시발낙지 자실라고 벼르고 오셨는디--”

아닌게 아니라 백산 선생 뒤로 세발낙지가 바닷물에 잠긴체 들여온다.
“허허허 요것이여 바로 --- 뒷개 맛은 요것이랑게---허허허 자 드시쇼잉--”
숲속의 빈터님이 권한다.
나무젓가락을 내미는데 그냥 낙지 한 마리 잡아 들었는데-
요놈 좀 봐라 그릇에 발을 떡 붙여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주욱 훓터 내어 머리부터 입안에 집어넣었다 온통 발이 내 손을 감는다.
(요런 모습 임이 보시면 안되는 것인데---^^*)

결국 백산선생께서 낙지 선발하러 또 나갔다 들어오면 산낙지가 들여오고-
아무튼 오랜만에 정신없이 식복을 누렸다.
소주 한 잔도 마시고 - 아니 몇순배 돌았으나 안주가 좋다보니 술이 바로 깬다.
막차 개찰 시간이 걱정되어 자꾸 벽시계를 쳐다본다.
평소의 술을 퇴짜 놓던 나에게 자꾸 술을 권하며
오늘 밤 목포에서 쉬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달콤한 말에 “그렇게 해 말아?” 고민하면서
결국 몇잔을 마시다 보니 저녁 막차표를 예매한 기억이 자꾸 사라지려한다.
---안된지. 여기서 주저 앉으면 안되지-.
그려 내가 이 다정한 친구들에게 권주가를 한 곡 불러야지---
나의 제안에 아직 나를 아직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옆자리 친구는 말이 많다.
그리고 다분히 남도의 특유한 멋- 남도 육자배기나 흥타령을 모르는 모양이다.

허이-딱!
상판을 한대치고 말문을 막은 다음-
“저기 저 손님분들도 아마 이해 허시겄지라잉 -”

노래를 시작한다-
일 고수 이 명창이라해서 고수가 있어 이끌어야 하거늘
고수가 없으나 시작한다.

‘들리나니 파도 소리 낮이면 조개줍고 밤이되면 갈마기소리
들어 가면서 살고 싶네- 하이고 데에고 성화가 났네- 헤--
풀잎은 푸르고 버들잎 누렇는데 복사꽃은 우거만 지고-
떠도는 향기로 구나 봄바람은 분다만은 내 시름은 낫질 않아
야속할사 우리 인생 아마도 이것이 골병인가 하노라---
어디를 가거나 생각나니 하루도열백번이나 생각나는디-
그대도 날 생각허는지 알 수가 없고나 헤---
허허허 감사합니다.
이렇게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으니 오늘 아쉽지만 일어날라요.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합죽선이라도 그려왔어야 했는데---
담에 서울 제 화실에서 만납시다이-“
잊지못할 시간이다.

‘아따 운곡선생께서 이렇게 왕림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담부터 더 자주 뵈입시다.
서운치만 굳이 가시는 분 안잡을라요-허허허 안녕히 가시쇼이-~~“
여러분들과 이별의 악수를 나누고
목포역을 향해 총총히 발걸음을 옮겨 서을엔 자정이 다되어서 도착했다.

잊지못할 추억의 목포 북항-
세발낙지는 역시 목포 뒷개에서 먹어야 제맛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만남이 기억될 아름다운 목포-목포는 항구다.

“목포” 하면 유달산이 생각나고
고 이난영 선생의 목포의 눈물이 유명하며
진도에 소치선생께서 세우셨던 운림산방의 2대 미산 선생께서 진도에서
선친 소치선생께서 돌아가시자 강진으로 옮겨 계시다가
이곳 목포에 안착한 후
그 아들 남농 허건 선생께서 남도화풍을 꽃피우며 계셨기에
많은 화상들과 애호가들이 즐겨찾던 목포-
목포는 예향이요 목포는 항구다.
(2006. 11. 2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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