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書畵 雲谷 姜張遠

 

 
작성일 : 06-05-09 13:53
전시회도록서문(이용)
 글쓴이 : 홈쥔
조회 : 2,625  
운곡이 달마를 그리는 까닭은

이 용 (전 경향신문 편집위원ㆍ정동경향갤러리 관장 )

운곡(雲谷) 강장원(姜張遠)은 여느 화가와는 확실히 다르다. 나이를 잊은 꽁지머리, 막힘없는 그림 이론에 육자배기가 묻어나는 구수한 남도 말씨, 타고난 부지런함 같은 겉으로 드러난 다름을 일컬음은 결코 아니다. 그의 남다른 특이함은 그만의 행동과 실천, 정확히 말하자면 그 행동으로 옮겨지는 작가로서의 의식의 내면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내가 운곡을 특이한 작가로 처음 본 것은 그의 달마도(達摩圖)를 보고 나서 부터였다.

운곡이 달마를 그리는 까닭은? 내가 품은 의문의 출발점이다. 선(禪)수행을 하는 스님도 아니고, 달마를 그려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도 아닌데 왜 그토록 수많은 달마를 그릴까. 운곡 정도 화력의 작가가 달마를 그린다는 것은 그의 명성에 누가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해보았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아내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달마도는 전통적인 화법으로 표현한 선사상(禪思想)이었던 것이다. 달마를 통해 부처님 마음을 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달마화의 외형적인 사실성 보다는 내면적 정신을 표현함으로써 최고의 예술을 지향해보겠다는 취지인 셈이다.
운곡의 달마도와 십우도(十牛圖) 그림은 면벽(面壁) 수행하는 수도승처럼 화면을 바라보며 부처님의 뜻을 담아 보려한 점에서 여느 동양화와는 달랐다.
그가 달마를 그린 이유 중에는 원칙과 ‘법(法)’이라는 명분 외에도 그간의 달마화가 격에 맞지 않음을 바로잡아 보려는 특유의 기질이 작용한 것 같다. 달마를 전문적으로 그리는 화가의 그림은 운필의 맛이 극치를 이루고 있으나 달마의 기품이 떨어지는 폐단이 있는 반면 고승이나 문인에 의해 그려진 것은 필의(筆意)의 청순한 장점은 있으나 운필과 먹빛의 서투름으로 인해 회화성이 떨어지는 결점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운곡은 고도의 세련된 붓질로 회화성이 두드러진 달마그림을 위해 끊임없이 정진했다.
그는 그림을 통해서만 중생의 무지함을 일깨우는데 애쓴 것은 아니었다. 1990년대 이후 동양화 지망생을 겨냥한 교과서 격인 ‘동양화 기법’의 간행과 후학들을 위한 강장원 화문집 ‘비원(悲願)’의 발간, 그리고 어려운 한자어 일색인 동양화 용어의 우리말 순화 등을 시도했는데 그 반응이 미술계의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다.

운곡 강장원의 그림은 아름답다. 자연을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감성적 문기(文氣)와 필기(筆氣)로 무한히 연마하여 얻어진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미(美)의 개념을 듣는(혹은 보는) 소리로 까지 환원하고 있다. 우리 산하를 몸으로 듣고 느끼며 토해내는 예술철학은 그동안 닦아온 석도(石濤)의 화론과 불교적 선(禪)사상을 근간으로 하여 미학적 접근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외별전(敎外別傳) 불립문자(不立文字), 일법(一法) 일획(一畵) 이라고나 할까. 운곡 그림의 정신적 지주인 ‘선사상과 회화론’은 논문으로 엮여져 그의 화문집 ‘비원’에 당당하게 실려 있다. 김치냄새, 된장 맛, 판소리까지 자연스레 녹아서 우러나와 몸에 밴 그림, 우리 동양화에 대한 간절한 바람인 ‘비원’이자 중생을 구하려는 서원(誓願)으로서의 ‘비원’인 것이다.

수묵화와 문인 화조화의 기초적인 연마를 통한 그의 작품에서는 호쾌한 기질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화가에게 재주를 논하는 것은 충분치 못한 설명이 되겠으나 작가는 타고난 재주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느 화목에도 막힘이 없다. 작가는 몸에서 터져 나오는 예술적 재주와 끼를 주체하지 못해 화면에 붓질로 쓸어 담는 듯하다. 붓질로 미처 다하지 못한 작가의 끼는 수묵에 머물지 않고 채색화의 기법을 활용하고 강렬한 색채의 원색 산수를 보여줌으로서 품위 있는 예술의 기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번 작품전에 선보일 작품들은 그의 다양한 기량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다. 수묵이 그대로 표현되는가 하면 수묵위에 적절히 석채를 사용하여 수묵과 채색의 적절한 조화를 원만하게 창출하였다. 문인화적인 요소와 글씨는 예전의 詩ㆍ書ㆍ畵 삼절의 격조를 고루 갖추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 임 그려 녹은 간장 공산(空山) 흙이 되어지면
임의 집 서창(書窓) 앞에 외그루 매화(梅花)되어
설중(雪中)에 혼자 피어서 월중소영(月中疎影)하리라 ”
(강장원 ‘외그루 매화되어’).

작가는 어려서부터 익힌 유려한 글씨로 자작 시조를 써넣어 그림에 생기를 불어넣고 흥취를 돋운다. 그는 단순한 시흥(詩興)으로서만이 아니라 최근 갈수록 격이 떨어지고 있는 문인화 정신의 고양을 위해 여러 가지 고심한 끝에 우리 정서가 숨쉬는 한국의 정형시를 쓰고 있음에 주목된다. 흥이 돋아나야 살아있는 그림이 나온다는 그의 믿음은 일견 합리적인 판단으로 여겨진다.

소설가 이문열(李文烈)의 ‘금시조(金翅鳥)라는 단편소설을 보면 영남 명유(名儒)의 후예인 서예가 석담과 그의 제자 고죽의 이야기를 통해 예술의 궁극적 목표와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석담의 선적인 정신성과 고죽의 표현적인 아름다움이 상충하면서 소설은 예(藝)와 도(道)에 관한 논쟁을 통해 예술의 정점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생각케 하고 있다.
탄탄한 이론적 배경에 뛰어난 필력의 소유자인 운곡이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 차원 더 발전ㆍ성숙하여 작가의 미적 추구과정의 완성을 뜻하는 금시조의 금빛 날개와 힘찬 비상을 목도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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