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4-05-3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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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홈쥔
 조회 : 1,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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雲谷畵論
<東洋>이라는 용어는 원래 日本人들이 만든 용어라고하여 현재 중국에서는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東洋이라는 말 대신에 <東方>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이글의 내용중 <東洋畵>라는 용어는 다만 지역미술을 상징하는 용어로 기존의 용어대로 사용했으나 中國의 <國畵>-日本의 <日本畵>와 분별하여 <韓國畵>라는 主體的인 用語로 차별해서 사용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筆者 註
禪思想과 繪畵論에 대한 小考
雲谷 姜 張 遠 (著書 悲願에서 발췌)
1. 佛敎의 認識世界와 觀照
新羅때 義相大師가 唐나라에 가서 佛法을 공부하고 지은 법성게(法性偈) 중에 다음과 같은 송구(頌句)가 있다.
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
(일미진중함시방 일체진중역여시)
無量遠劫卽一念 一念卽是無量劫
(무량원겁즉일념 일념즉시무량겁)
한 점 작은 티끌 속에 우주를 머금었고
일체의 티끌이 모두 이와 같으니
무량(無量)한 원겁(遠劫)도 한 생각이요
한 생각 지금 곧 無量劫일세
時間과 空間을 초월하는 人間의 사유경계(思惟境界)를 표현하여 읊은 頌句이다.
<나는 思惟한다. 故로 存在한다.>고 서양의 철학자는 말했다.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생각한다>는 것 때문에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모든 동물들의 사물에 대한 인식은 눈:眼 귀: 耳 코:鼻 입:舌 촉각:身 등의 五官에 의존한다. 그러나 인간은 時*空을 초월하여 생각하는 동물이다.
그러므로 佛敎의 유식론(唯識論)에서는 人間의 認識世界에 대하여 외경의 색, 성, 향, 미 촉, 법을 *六境이라 하고 이것을 감지하는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의意 등을 *六根이라 하여 五官에 *意를 더했던 것이다.
그리고 육근의 활동에 따라 인식하는 것을 眼識-耳識-鼻識-舌識-身識-意識이라 하여 이를 *六識이라 하였으며, 여기에 *思量識과 *本識을 더하여서 *八識이라고 하여 인간의 인식세계(認識世界)를 설명하고 있다.
즉 感覺作用으로서의 眼識~身識을 *前五識이라고 하며 第6意識은 상상추리(想像推理) 등 일체의 심리현상의 의식이라고 한다. 第七말나식(末那識)(梵語의 음역으로 末那)은 現行의 思量意識이다. 第八아뢰야식(阿賴耶識)은 장식(藏識)이라는 뜻이며 이것을 本識이라고도 하는데 前五識과 第六, 七, 八識을 합하여 *마음(心)이라고 한다. 五官 중의 眼根이 작용하여 사물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은 眼識이다. *제6 意識은 事物의 實體를 분별요지(分別了知)하며 *제7 意識은 나를 주관으로 하여 사물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現行-思量意識이다.
*제8 아뢰야식(Arya)은 일체 諸法의 種子를 섭지(攝持)하는 種子識이며 種子를 장(藏)하였다는 장식(藏識)이다. 제7 現行識과 제8 種子識은 잠들었거나 깨어있거나, 죽었거나 살았거나 상속부절(相續不絶)하는 마음이다.
꿈도 꾸지 않고 깊은 잠을 자는 사람은 제6意識까지도 없어지고 오직*말나식(末那識)과 *아뢰야식(阿賴耶識)만이 있을 뿐이다.
圖表 1
外六境 : 色 聲 香 味 觸 法
六 根 : 眼根 耳根 鼻根 舌根 身根 意根
十二處(外六境과 六根을 합하여 十二處라한다)
六 識 : 眼識 耳識 鼻識 舌識 身識 意識
十八界(十二處에 六識을 더하여 十八界라한다)
----- 第六意識
-----第七末那識(思量識)
-----第八阿賴耶識(種子識 本識)
-----第九白淨識(成佛)
心---(十八界의 第六 意識外에 七八九識을 통즐어 心 이라한다)
種子는 萬有의 잠재적 상태에 있는 것이나 이 종자가 일전하여 현세적 상태로 되어서 우리들이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것과 같은 萬有로 되는 것을 現行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種子와 現行을 心識으로 바꾸어 말하면 *種子識은 잠재의식(潛在意識)이요 *現行識은 부동의식(浮動意識)이라는 것이다.
第8識 아뢰야의 種子는 第七識의 現行이 되고 第七識의 現行은 제8아뢰야식에 新種子를 싹트게 한다. 이렇게 종자는 현행을, 현행은 종자를 싹트게 하여 萬法은 이에 현현(現顯)하는 것이다.
이 說에 있어서 * 萬有의 本體를 眞如라 하고 이 무위진여(無爲眞如) 위에 유위차별(有爲差別)의 萬法을 생기게 하는 것은 다 心識의 現顯으로 아뢰야식의 發顯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 繪畫에서의 觀照
현대회화에 있어서 위대한 작가는 有爲差別의 경계에서 無爲眞如의 境界를 탐구(探究)하는 것이다. 회화는 畵三昧에서 이루어지는 無爲眞如의 實相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宇宙萬有의 現像은 前五識과 第六識으로 우리에게 나타나는 미망(迷妄)이며 가상(假象)이다. 만유의 實體는 第七末那識과 第八阿賴耶識으로 요해(了解)되는 實性이다.
繪畫는 그 작가의 種子識에 의하여 나타나는 現行일 뿐이다. 그러므로 위대한 예술가는 위대한 철학가인 것이다.
회화를 본다는 것은 一次的 眼根을 통하여 제6 意識에 의하여 感知되면서 제7말나식의 현행(現行)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가 그림을 그릴 때 寫物의 대상을 그대로 따라 그리는 事實畵․寫眞畵는 *빛과 *視角을 중요시 한다. 이것은 주로 西洋畵에 있어서 사물의 실체는 빛에 의하여 인식되기 때문이다. 서양화에서는 후기인상파에 이르기까지 빛으로 모든 사물을 인식하는 상대적 회화기법을 삼았던 것이니 빛이 없으면 사물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빛을 중요시하는 서양화와, 필획을 중요시하는 東洋화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본다>는 뜻에서는 동양화나 서양화가 똑같이 출발한다. 즉 *眼根에 의한 *眼識은 똑같이 작용하는 것이다. (※*眼根 : 眼球와 視神經.* 眼識 : 視神經에 의해 분별되어진 形相意識)
서양화에서는 빛과 視角을 중요시하지만 동양화에서는 이것을 視→見→觀의 三段階로 구분하여 次元을 달리한다.
* <視>는 一次元的인 것으로 피사체가 빛에 의하여 카메라의 렌즈를 통하여 감광판에 사물의 형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빛이 사물에 비쳤을 때 반사되어 나타나는 返射 視角的인 것이다.
*<見>은 二次元的인 것으로 學問的 見學이나 見聞을 넓힌다는데 쓰이는 뜻으로서 사물의 존재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物理學的 生物學的 사용으로 인류의 文明은 이것에 의하여 발달되었다.
* <觀>은 哲學的 宗敎的인 것이다.
<觀世音菩薩>은 고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成佛을 미룬 <大聖慈母>라는 뜻으로, 고해중생들의 소리*<世音>를 보고*<觀> 고통 속에 시달리는 중생들을 고해에서 벗어나게(拔苦與樂-발고여락)하는 자식을 사랑하는 慈悲로운 어머니와 같은 분이다.
그러므로 이 *<觀>은 *<소리까지 본다>는 뜻인데 萬有의 實相을*觀照(관조)한다는, 실로 그 변과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時空을 초월한 無量無邊인 것이다. 또한 三十二應身이라고 하여 언제, 어디에서나 그 상황에 따라 몸을 나투어 중생을 제도하는 분이다. 이렇게 소리까지도 본다는 觀照는 宗敎-哲學的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形而上學的인 것으로 동양화의 道釋畵-南宗文人畵 등 전반에 걸쳐 이 <觀照>가 繪畫思想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南宗文人畵를 흔히 寫意畵라고도 하는데 觀照가 결여된 短見의 약화형식에 그쳐 버린다면 그 작품은 당연히 論外의 대상으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
繪畫藝術에 있어서 觀照란 有爲差別의 現相界를 照見하는 통찰력으로서의 直觀과, 無爲眞如인 主體의 實相界를 정관(靜觀)하는 美的 통현(通玄)의 필수적 요건이다.
현유(玄幽)한 선정(禪定) 가운데서의 지각활동은 초감성적인 것이다. 따라서 지각은 가시적인 형상을 통하여 無爲眞如의 근원적 실상경계(實相境界)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이러한 지각활동(知覺活動)은 現行의 可視的 형상과 함께 知覺되어진 不可視的인 것과 하나로 융화되어 간단 명료하게 筆墨과 彩色으로 화선지 위에 구체화시킴으로써 우리 앞에 繪畵작품으로 나타나게 하는 것이다.
이와같이 화가가 宇宙萬有의 現像과 本體의 實相을* 通玄하는 자기의 작용으로 표현하여 나타내 보일 때 이것은 곧 禪定三昧의 畵三昧로서 순수회화의 이론에 부합되는 것으로 南宗文人畵는 물론 도석화(道釋畵), 선화(禪畵) 등에서는 이 관법(觀法)을 채택하는 것이며 觀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일격(逸格)의 작품을 그리지 못하며 시각적 단견(視角的 短見)만 가지고는 관조(觀照)에 부합되는 繪畫는 창작할 수도 가려볼(理解-이해) 수도 없는 것이다.
3. 禪思想과 水墨畵
傳統的인 畵法으로 禪思想을 表現한 것은 達摩圖이다. 이 화법은 人物風俗圖, 水墨花鳥畵, 器皿折枝圖, 水墨山水畵 등에 思想的 영향을 많이 주어 왔다. 繪畫史를 되짚어 보면 원래 東洋畵 속에는 동양의 역사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동양특유의 사상적 환경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철학<儒敎․道敎․佛敎> 중에 佛敎만 佛敎美術을 형성하고 도교와 유교는 그 사상만 동양화 상에 영향을 주었으며 특유의 어떤 미술을 형성하지 못하여 佛敎思想이 지배적인 것이었다. 道敎의 神仙思想에 의해 이루어진 미술로 神仙圖를 예로 들 수 있지만, 그 畵法과 정신이 근본적으로 佛畵의 백묘화법(白描畵法)과 筆法을 같이 하는 것으로서 佛敎美術이 唐代이후 동양화에 미친 영향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禪思想이 達摩圖를 탄생하게 하고 達摩畵法이 水墨畵 전반에 걸쳐 작용했던 것이다.
水墨畵法을 創始한 吳道子(唐代)에 의하여 白描畵法이 시작되어 王維와 같은 水墨畵의 大家가 나타나고 李公麟(宋)에 이르러 더욱 발전되었으며 禪畵는 이 백묘화법과 발묵(潑墨)의 水墨畵法이 혼합하여 이루어진 畵法으로 白描의 필획(筆劃)과 水墨의 농담(濃淡)을 조화시켜 그린 것으로 이들 모두가 禪思想을 실천하는 畵家였던 것이다.
生活 속에 뿌리내린 佛敎思想은 순수 감상품으로서의 작품도 탄생하게 하여 唐代로부터 발달하기 시작한 道釋人物畵가 우리나라 화단에 그 영향을 미쳤으나 우리나라에서의 도석화를 자료상으로 살펴보면 朝鮮朝 中期에 尹斗緖에 의해 그려진 것과 후기에 金明國․金弘道에 의해 그려진 것을 제외하면 조선조 末期 이후에 오히려 仙敎의 神仙圖는 유행하였으되 禪宗의 初祖인 達摩畵는 그 화맥(畵脈)이 극히 미미하게 이어졌으니 순수 專業畵家(도화서원의 화원)들도 그저 묵희(墨戱)로 그렸을 뿐이었다.
이렇게 達摩圖(道釋人物畵)가 발달하지 못한 까닭은 숭유억불(崇儒抑佛)을 정치이념으로 삼았던 朝鮮王朝가 서화천기(書畵賤技)라 하여 書畵를 한낱 工人의 技能으로 賤待하였으며 억불정책(抑佛政策)에 의하여 佛敎가 깊은 山中에 은둔(隱遁)하였기 때문이다.
歷史는 돌이킬 수 없지만, 가령 조선조의 정치이념이 숭불(崇佛)로써 고려의 佛敎文化를 이었거나, 書畵를 學問과 藝術로 발전시켰더라면 오늘 우리의 文化史는 어떻게 쓰여졌을까? 고려의 佛敎美術이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현실은 자랑스럽게 생각하나 조선조의 숭유배불정책에 의하여 불교분화가 배척됨으로써 그 맥이 단절된 결과를 가져왔으니 우리를 안타깝게 할 뿐 아니라 文化政策을 수립하고 결정․집행하는 文化界의 모든 사람들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4. 畵論 六法의 氣韻
禪畵法은 謝赫(南齊代 479～510)의 六法論 중에 <氣韻生動>과 <骨法用筆>을 중요하게 채택한다.
중국의 六朝時代에 南齊의 謝赫을 東洋畵論의 始祖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사혁 이전의 畵論家로 王充․張衡․顧愷之 등이 있었으나 理論的으로 체계있는 論法을 정리하지 못했던 것을 사혁이 동양화의 고대회화를 총정리한 「古畵品錄」에 畵品論과 六法論을 설정하였는데 현재까지 동양화론에서 그의 六法論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가 정리한 六法論은 ①氣韻生動 ②骨法用筆 ③應物象形 ④隨類賦彩 ⑤經營位置 ⑥轉移模寫 등으로 氣韻生動을 최우선으로 하였다.
①氣韻生動이란 작품 속에 정신적 감정(感情)과 공간적(空間的) 감각, 즉 운률적 감성(韻律的 感性)과 생동적 감응력(生動的 感應力)이 들어 있는 것을 말한다.
老子는 氣韻에 대하여 언급하였는데 물체는 質과 精神으로 형성된다고 하여 二元論을 제시하였다. 二元의 요소는 道이다. 道는 氣를 생성하고 氣는 氣質로서 氣質은 個性을 이루고 個性은 곧 氣韻과 人格이 된다고 하였다. 즉 인간에 있어서 氣는 質(個性)이고 韻은 精神(人格)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화론상에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형호(荊浩)의 필법기(筆法記)에서는 <그림에는 육법이 있는데 첫째는 氣요 둘째는 韻이다>고 하여 氣와 韻을 열거하고 있다. 선화화보(宣和畵譜)에서는 서희(徐熙)가 그린 화초를 <氣와 韻이 고금에 빼어난 작품이다. 骨氣風神, 爲古今之絶筆>고 하여 氣와 韻을 골기와 풍신(骨氣風神)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나 이 두 개의 개념은 본래 氣의 개념으로부터 분해된 것이다. 분해되기 이전의 氣의 관념은 漢代에 성행한 음양오행설과 송(宋) 유학자(儒學者)의 이기론(理氣論)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주로부터 인간에 이르는> 형이상학적 관념으로 기(氣)를 연상하였다.
사람의 몸에 대하여 氣를 말한 孟子의 양기장(養氣章)은 氣자로부터 시작되는데 일개인의 생리적 종합작용을 가리키는 것으로 <생리적 생명력>이라고 일컬을 수 있다. 회화에 있어서의 氣란 <일개인의 생리적 종합작용이 작품상에 나타나는 것>을 뜻한다. 한 개인의 관념, 감정이나 상상력은 반드시 그의 氣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그 작품상에 나타나게 된다. 같은 관념도 창작자의 기(個性)가 다르기 때문에 표현된 작품상의 형상(Style)도 이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 사람의 개성 및 개성으로부터 형성되는 예술성은 모두 氣로부터 결정되는 것이다.
또 韻에 대하여 일본(日本)의 金原省吾는 <사혁(謝赫)의 韻은 모두가 음향의 의미인데 이것은 화면에서 느껴지는 음향이다. 곧 화면의 감각은 눈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마치 자기의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는 <내감(內感)을 통하여 느끼는 음향과 같다>고 하였다. 또 그는 <이것은 시(詩)로부터 온 영향이다. 당시(唐詩)는 음운(音韻)을 중요시 하였다>고 하였다.
당시(唐詩)의 音韻은 음악적인 것인데 위-진(魏晋) 시대에 평상거입(平上去立)의 성조(聲調)가 완성된 것으로 음악의 韻이나 문학의 운 또한 모두 <조화로운 음향>을 뜻하는 것이다. 시(視)와 그림은 확실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의경(意境)에서일뿐 음운(音韻)의 관계에서는 불가능하다. 한국화에는 우리의 전통음악인 남도의 판소리나 육자배기 흥타령 등과 시나위 합주가 그림 속에 숨어 있고 춤사위가 깃들어 있음을 이해하며 보고 들을 수 있다면 金原省吾의 論을 이해할 것이다. 또한 서양화에서 얘기하는 그림의 운율(韻律), 율동(律動)은 모두가 線으로써 얘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양화에서 얘기하는 획(劃)의 필선(筆線)은 필선을 넘어선 그 이상의 정신적인 것으로서 서양화의 필선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위대한 화가가 추구하는 것은 필선을 잊어버리고 필선 가운데서 해방되어 그가 직접 깨달은 정신경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작품 중의 氣韻은 作者의 氣韻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화가의 성격에는 강(剛)과 유(柔)가 있어 이것이 작품에 주입되면 당연히 작품 속에도 강과 유가 나타나게 된다. 증국번(曾國藩)의 사상설(四象說)에 의하면 음양강유(陰陽剛柔)는 모두 하나의 氣의 변화이다.
사혁(謝赫)이 말하는 氣실제로 작품 중에서 표현된 양강(陽剛)의 미이다.
소위 韻이 뜻하는 것은 작품 중에서 표현된 음유(陰柔)의 미이며 이 음유의 미는 속세를 초월한 순결성으로 그 바탕을 삼으며 청(淸), 원(遠) 등의 관념으로 그 내용을 삼는다. 그러므로 운(韻)을 아운(雅韻), 청운(淸韻), 원운(遠韻) 이라고 하며 신운(神韻), 도운(道韻), 현운(玄韻), 소운(素韻)이라고 쓰이는 것이다.
氣韻은 生動해야 하는데 장언원(張彦遠)의 <역대명화기>에서는 「귀신이나 인물의 경우는 생동함을 그려낼 수 있지만 반드시 神韻이 있고 난 후에야 완전해진다.」하였다. 神韻이란 인간의 생명력의 나타남이기 때문에 生動은 神韻을 이룬 다음에 완전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氣(陽剛)와 韻(陰柔)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회화에는 화가의 氣(個性)와 韻(人格)이 표현되는 것이므로 화가의 인격수양에 의한 陰陽의 조화가 이루어지면 회화상에 저절로 氣(陽剛)와 韻(陰柔)이 나타나게 되는 것인데 화가가 筆․墨의 용법을 터득하여 筆墨의 技量에만 치중한다면 진정한 氣韻은 사라지고 천박한 그림으로 남게되며, 자연의 심오하고 무한한 진리를 체득하지 못함으로써 藝術과 人生의 境地를 筆과 墨의 淺薄한 趣味 위에 制限시키고 말 것이니 이를 경계하여 氣․韻은 個性과 人格에서 나온다는 것을 당부하는 것이다.
② 骨法用筆이란 골법(骨法)과 용필(用筆)을 뜻하는 것으로 骨法이란 회화의 골자 곧 결구상(結構上)의 윤곽(輪廓)이며 用筆이란 동양화의 생명인 운필법(運筆法)을 말한다. 붓질(運筆)함에 있어서 붓놀림(用筆)이 부당하거나 부적합하면 기력(氣力)이 없어지고, 법도(法度)가 없으면 그리려는 정신적 요소를 잃게 된다.
③應物象形이란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을 뜻하며
④隨類賦彩란 사물의 색채표현(色彩表現)을 뜻하며
⑤經營位置란 화면상의 구도(構圖)를 뜻하고
⑥轉移模寫란 임사(臨寫), 이사(移寫)들 뜻하는 것으로 ③～⑥항읠 법(法)을 선화(禪畵)에서는 중요시하지 않는다.
5. 화격(畵格)
일반적인 직업화가에게는 전술한 六法이 모두 필요한 것이지만 初步的 畵法으로 익히고 난 다음에는 ③～⑥은 버리는 것으로 傳統的 선화(禪畵)는 畵法에 구애받지 않으며 色彩의 제약을 받지 않으며 구도나 형상에 관계없이 자유분방하게 그리게 되는 것이다.
畵法에 구애받지 않고 色彩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함은 <不立文字>의 내적(內的) 철학과 연계되며, 구도나 형상을 초월한 자유분방한 표현은 <無碍>와 연계된다.
그러나 화격에서는 <簡-靜-澹-雅 간-정-담-아>가 갖추어져야 한다.
<簡>이란 간이형구(簡易形具)라는 뜻으로 간단한 붓질(運筆)로 형태를 갖추는 것이다.
일격(逸格)의 藝術은 <敎外別傳>의 염화미소(염花微笑)와 같아 단순해진다. 대오(大悟)를 이룬 禪師가 법상(法床)에서 할! 하듯 단순하고 간단한 그림 속에 무한한 우주가 들어 있어야 한다. 즉 회화도 禪修行의 과정과 같으므로 畵禪이라 하는데, 그러므로 상당한 경지가 아니고는 그림 속에 군더더기의 붓질이 많아지는 것이다.
<靜>이란 禪의 뜻인 정려(靜慮)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정(靜)은 움직임이 없는 듯 움직이고 머무는 듯 머무름이 없는 즉 <靜中動-動中靜>이다.
이것은 동양예술의 음악이나 무용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鼓手가 북을 칠 때, 장단을 맞춰 치다가도 정지하고 또는 태산이 무너지듯 두들겨대는, 그래서 듣는 이로 하여금 흥을 돋우며 시끄러움 속에 오히려 정신이 고요하게 집중되고, 무질서한 듯 오히려 질서정연하여 그 흐름이 유유하여 막힘이 없는 것과 같으며, 혹은 춤을 추는 사람이 가락과 장단에 맞춰 움직이되 어느 한 순간 움직임이 정지되듯, 그러나 그 정지는 정지가 아니며, 춤의 연속이며, 정지된 그 동작으로 더 많은 감흥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말하지 않는 침묵으로써 웅변보다 더한 사자후를 토하는 것과 같아, 회화에서도 전체 화면구성에서 정(靜)의 기(氣)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澹>이란 깨끗하고 맑다는 뜻이다. 見性을 위하여 수선(修禪)하는 데는 經의 문구(文句)나 자구(字句)에 걸리지 말아야 하며 계(戒)에도 걸리지 말아야 하고 대오견성(大悟見性)하겠다는 생각에도 걸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大自由人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 大悟見性한 大禪師들의 행적을 보면 戒律을 범하지 않았으되 大自由人으로 무애(無碍)를 行하였고 불립문자(不立文字)를 내세우되 學問이 깊었으며 모든 행(行)이 깨끗하고 맑게 나타난다. <澹>이라 함은 석간수처럼, 맑은 것으로 大禪師들의 담박(澹泊)한 인격과 같으니 繪畫에도 화가의 담백한 정신이 무르녹아 있어야 한다.
아무리 짙은 먹을 쓰거나 화려한 채색을 사용했더라도 그 작품은 <澹>해야 하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雅>는 고아(古雅)함을 뜻하며 俗氣가 없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脫俗을 뜻하는 것으로 초월정신(超越精神)을 말하는 것이다.
친근하되 범접(犯接)할 수 없는 氣品이며, 바라보면 저절로 숙연해지는 고상한 氣品을 뜻하는 것이다. - 虎畵不成이면 返爲拘子 -(호랑이를 잘못 그리면 강아지가 된다)고 했다.
호랑이를 그리려면 화가 자신이 호랑이가 되어야 하듯 화가 자신이 이러한 인격의 기품을 갖추지 않으면 그림이 천박해지며 俗氣에 묻혀 논할 가치도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畵格을 갖추었을 때 格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6. 禪修行과 畵家의 姿勢
그림에는 화가의 사상과 철학이 은연중에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화가의 사상과 철학, 성품에 따라 감상자로 하여금, 슬프게 하거나 기쁘게 하거나, 노하게 하거나 혹은 편안하게 한다.
회화란 평면의 한정된 화면에 무한한 우주를 표현하며, 소리 없는 음악을 연주하며, 말 없는 언어로 비밀한 뜻을 전하며, 문장이 없는 詩를 읊조리며, 춤이 없는 춤을 추는 것이며 우주에 가득한 法音을 전하는 것이다. 美를 본질로 이러한 내용을 함축하여 繪畫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화가의 사상과 철학이 확립되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人間의 知的 욕구는 學問과 哲學이며, 情的 욕구는 信仰이며 藝術이다.
藝術은 인간의 情的 욕구를 순화시키며 知的 學問과 哲學은 예술을 완성시킨다. 繪畫藝術도 다름아닌 인간의 精的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으로서 이 禪思想의 회화가 현대의 物質文明에 시달리며 퇴화(退化)하는 人間精神 - 즉 人間性의 회복에 필요한 것이다.
禪修行에도 방법이 있듯 繪畫에도 그 본연의 畵法이 있으니, 붓질(運筆)도 그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으며 붓놀림(用筆)에 따라 천차만별의 표현이 나타나며 먹쓰는(用墨) 법에도 濃淡의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宗敎信仰生活 중에 戒律을 지키려고 마음에 戒律만을 생각하면 불편하기 그지 없을 뿐더러 戒律에 걸리게 된다.
그러나 戒行이 단련되면 戒를 망각한 자유인으로 大自由를 누리게 되지만 계에 어긋남이 일점도 없게 된다.
畵法 역시 마찬가지로 붓질(運筆)법을 비롯하여 붓놀림(用筆), 먹다룸(用墨)과 그리는 법(畵法)을 정확하게 익힌 다음 무심하게 어디서나 언제라도 그 법에 능숙하게되면 자질구레한 法式은 저절로 버리게 됨으로써 비로소 <不立文字>의 정신을 회화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기초적인 화법을 무시함은 戒律을 지키지 못하고 破戒를 자초함으로써 迷妄은 벗어나지 못하고, 험한 苦海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과 같다.
外道나 邪道는 永遠한 진리를 벗어나 스스로가 迷妄의 수렁에 빠지는 것과 같다. 畵法도 이와 같아 기본적인 技法을 익혀 능숙해지면 그것을 버려야 하는데 技法을 고리타분한 古法이라느니 典型에 얽메이게 된다느니 하여 이를 부정하고 나서면 어떤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겠는가.
설령 새로운 기법이라고 하며, 혹은 초현대적인 화법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본래의 기법 이상의 것이 아니다. 또한 法式을 무시하며 無法을 主唱하며 無碍의 行態를 보인다 하더라도 이미 스스로 無法의 法式에 걸려 있는 것이다.
石濤의 畵論에 本來無法 즉 太古無法을 주장하지만 그것은 有法을 인식하였을 때에 無法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니 石濤가 주창한 無法은 인간의 인식의 초월에서 성립하는 有․無를 초월하는 如如 그 자체를 말한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인식으로 이미 法이 성립하게 되고 이 法은 一劃(일획)으로 성립된다고 하였으며 一劃(일획)은 衆有의 근본이며, 萬相의 뿌리라고 했는데 감히 옅은 思想과 哲學으로 미흡한 작품의 수준을 호도하기 위하여 어찌 無法을 論할 수 있겠는가.
禪宗의 初祖 菩提達摩께서도 一超에 直入 如來地 - 단박에 깨침 -을 얻었지만 그 이전에 이미 많은 經典을 공부하였다는 사실을 看過해서는 안될 것이다.
繪畫의 모든 기본적 技法과 理論을 공부하고 思想․哲學가가 되어야 하며 禪定→畵三昧에서 無爲眞如의 實相을 通玄하는 創作으로 그 작품이 觀照와 부합되었을 때 落筆하는 것이 진정한 화가의 참다운 작품생활태도라고 할 것이다.
參考文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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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韓國繪畫史 安輝濬 著
3. 韓國畵論 金鍾太 著
4. 石濤畵論 金容沃 譯解
5. 東洋畵論 金鍾太 著
6. 道德經 盧台俊 譯解
7. 佛敎哲學槪論 徐京保 著
8. 禪家龜鑑 法 頂 譯解
9. 老子 權五鉉 譯解
10. 莊子 石仁海 譯解
11. 日本水墨畵의 世界 金澤 弘. 松下隆章 共著
12. 東洋의 마음과 그림 金原省吾 著
13. 中國書畵話 長尾雨山 著
14. 芥子園畵譜 金永基 監修
(끝)
雲谷 姜張遠
개인전9회
저서:동양화기법전9화목3권
화문집:비원
시화집:묵향의연운/물여울산그림자
한국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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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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