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書畵 雲谷 姜張遠

 

 
작성일 : 12-09-09 09:32
[리뷰]雲谷강장원의 '화폭에 부는 바람'전
 글쓴이 : 운곡
조회 : 381  
리뷰 - 운곡 강장원의 화폭에 부는 바람
 
새로운 조형적인 사고를 부르는 파도의 포말과 백련
 
신항섭(미술평론가)
 
삼복더위가 한창인 7월 말쯤이면 휴가철인데다가 무더위로 인해 외출조차 망설이는 때이니 전시를 보러 다닌다는 일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이처럼 가장 더운 시기에 전시회를 연다는 것은 역발상이 아니고는 될 일이 아니다. 이처럼 모두가 기피하는 시기에 운곡 강장원의 전시회가 열렸다. 프로중의 프로라고 할 있는 그가 한 여름을 선택한 것은 과연 그다운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무더위를 식혀줄 수 있는 시원한 수묵화일 뿐만 아니라, 화목 또한 시원한 바닷가 포말과 설경 그리고 여름철 꽃인 연꽃이었다는 점을 알고 나면 수긍할만하다. 더구나 <화폭에 부는 바람>이라는 전시회 명칭이 말하고 있듯이 더위를 날리는 바람을 제재로 했다. 이렇듯이 작품의 소재 및 제재로 볼 때 여름철에 잘 어울리는 전시임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회는 인사아트센터라는 큰 전시 공간을 염두에 두고 시작된 계획적인 전시였음을 알 수 있었다. 대작들이 많았다는 사실과 새로운 형식적인 모색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자리였기에 그렇다. 무엇보다도 파도가 바닷가 암벽을 칠 때 생기는 포말과 연꽃이라는 두 가지 소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조형적인 시도는 오랜 암중모색의 소산이었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제까지 그가 보여준 작가적인 재능 및 역량으로 미루어 볼 때 어쩌면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만큼 이 두 가지 소재를 다룬 작업은 기존의 형식을 한 차원 뛰어넘는 조형적인 성과이자 제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소재 자체야 일반적인 것이지만 한지와 수묵의 물성을 이용한 선염기법이 화면을 지배하는 새로운 형식에 도달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형태의 선염기법은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선염기법 그 자체보다는 거기에 은닉된 세련된 조형감각에 보다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는 일찍이 문인화를 시작으로 하여 화조, 영모, 산수, 인물 등 전통적인 수묵화의 화목을 두루 섭렵함으로써 다재다능한 작가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 소재가 무엇이든지 자유롭게 묘사하고 또 응용할 수 있는 조형감각을 완비했다. 기술적인 완성도가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그로부터는 세련미가 깃들이게 된다. 예술성이란 다름 아닌 세련미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이 말하고 있듯이 세련된 필치를 획득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물상의 형사에 관한 한 보다 자유로운 입장이 된다. 다시 말해 형태를 단순화하거나 변형 또는 왜곡시킬지라도 납득할 수 있는 조형언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에 국한하지 않는 단순하고 간결한 형태감각을 갖게 된다. 즉 함축적이면서도 간명한 형태감각을 통해 보다 자유로운 조형적인 해석이 가능하게 된다.
파도의 포말을 소재로 하는 <해조음>과 연꽃을 그린 <관곡지에 부는 바람> 연작 바로 이와 같은 조형적인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화면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선염기법의 농묵은 파격적이다. 구체적인 형태가 보이지 않는 두터운 느낌의 농묵은 시선을 가로막는 벽으로 느껴지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어쩐 일인지 그의 작품에서는 그처럼 닫혀 있다는, 또는 가로막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아니, 끝없는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감정에 사로잡힌다.
<해조음> 연작에서 보여주는 파도의 포말은 필력을 위주로 하는 수묵산수의 일반적인 기법과는 사뭇 다른 인상이다. 바위를 형용할 경우, 그 형태적인 윤곽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농묵일색으로 덮어버리는 까닭이다. 그러기에 바위는 보이지 않고 파도의 하얀 포말에 의해 바위의 존재가 암시되는 정도이다. 이는 생략과 단순화의 결과이다. 생략하고 단순화한다는 것은 사실적인 존재를 압축하고 함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처럼 대담한 생략과 단순화는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농묵으로 도포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사실적인 형태의 압축이자 함축이라는 느낌, 즉 실제적인 물상의 존재감이 은연중에 감지되고 감득되어야 한다. 실제적인 존재감이 없으면 단순한 시각적인 이미지에 그칠 따름이다. 그 실제적인 존재감이란 감동의 여운과 같은 것이다. 이는 일테면 유현미와도 상통하는 것이다. 농묵의 표현에는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설명하기 어려운, 고상하고 깊은 정신적인 가치 또는 그 여운이 깃들이고 있기에 그렇다.
<관곡지에 부는 바람> 연작은 연꽃을 소재로 한 사의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실재하는 연지 관곡지에서 본 연꽃의 인상을 재구성한 작업이다. 소담하면서도 우아한 백련의 고고한 자태를 심상에 녹여내고 있다. 이 작업에서도 선염기법을 중심으로 하는 수묵의 쓰임새가 돋보인다. 농묵을 중심으로 하되 군청을 곁들임으로써 한층 심화된 색채의 깊이를 보여준다. 아득히 깊은 심연을 들여다보듯 유현의 세계가 전개된다.
수묵의 농도변화에 따른 신비스러운 형상은 심오한 의식세계를 반영하고 있다. 뿐더러 구체적인 형태로서는 표현할 수 없는 풍부한 감성적인 세계를 내재한다. 어찌 보면 순수한 추상적인 이미지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는 명백한 사의의 표출이다. 연잎을 대신하는 농묵과 군청이 용해된 선염 부분은 농축된 의식세계를 투영하는 사의의 현현이다. 보이는 것 너머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것을 훔쳐내는 것이야말로 사유의 흔적이다.
이는 심미의 세계에 대한 문제로서 시각적인 이해를 넘어서는 정신의 깊이에 도달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미 존재하는 물상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과 더불어 그를 통해 미추를 분별하는, 높은 안목에 의해 밝혀지는 비실제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가 하얀 파도의 포말과 백련을 소재로 택한 것은 농묵에 선명히 대비되는 극적인 시각효과 때문이다. 농묵은 하얀 포말과 백련을 통해 더욱 짙어지고 명쾌해진다. 하얀 포말과 백련 또한 농묵으로 인해 그 존재감이 더욱 증폭되기 마련이다. 이처럼 극단적인 대비는 심화된 미의식 및 미적 감각을 고조시키기 마련이다.
<해조음>이나 <관곡지에 부는 바람>은 바람과 직간접적인 연관성을 가진다. 제재로 채택한 바람이 은유하는 바는 자연의 바람인가 하면 자유로운 마음결, 그리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류를 상징하기도 한다. ‘한류를 가능케 하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기저에는 다름 아닌 한국적인 정서가 포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그가 지향하는 수묵화의 지향점과 일치한다. 이렇듯이 그는 한국적인 정서를 매개로 하여 정신적인 가치를 구현하는 수묵화의 진면목과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어느 면에서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른다. 그 자신의 조형세계를 가로막는 일체의 장애로부터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는 기량을 겸비했기 때문이다. 뛰어난 그림 실력에다, 시를 짓고, 글씨를 쓰니 그야말로 삼절에 합당하다. 시와 글씨와 그림에 두루 능숙함으로써 사고의 폭이 넓고 유연할 수밖에 없다. 세상을 바라보는 예리한 눈과 미적 감각, 그리고 사유의 깊이를 통해 문자향이 넘치는 관념의 세계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과 다른 이상을 구현하는 것이 창작이라면 그가 추구하는 관념의 세계야말로 개별적인 형식에 이르기 위한 첩경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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