騰王閣序
왕발
南昌故郡, 洪都新府. 星分翼軫, 地接衡廬.
襟三江而帶五湖, 控蠻荊而引구(區+瓦)越.
物華天寶, 龍光射牛斗之墟. 人傑地靈, 徐儒下陳蕃之榻.
雄州霧列, 俊彩星馳. 臺隍枕夷夏之交, 賓主盡東南之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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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창고군 홍도신부 성분익진 지접형려
금삼강이대오호 공만형이인구월
물화천보 용광사우두지허. 인걸지령 서유하진번지탑
웅주무렬 준채성치 대황침이하지교 빈주진동남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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都督閻公之雅望, 棨戟遙臨,
宇文新州之懿範, 첨(衣+詹)유(巾+새 추)暫駐.
十旬休暇, 勝友如雲. 千里逢迎, 高朋滿座.
騰蛟起鳳, 孟學士之詞宗, 紫電靑霜, 王將軍之武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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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독염공지아망 계극요림
우문신주지의범 첨유잠주
십순휴가 승우여운 천리봉영 고붕만좌
등교기붕 맹학사지사종 자전청상왕장군지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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家君作宰, 路出名區. 童子何知, 躬逢勝餞.
가군작재 노출명구 동자하지 궁봉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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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維九月, 序屬三秋. 요水盡而寒潭淸, 烟光凝而暮山紫.
儼참(馬+參)비(馬+非)於上路, 訪風景於崇阿.
臨帝子之長洲, 得仙人之舊館.
層巒聳翠, 上出重소(雨+肖), 飛閣流丹, 下臨無地.
鶴汀鳧渚, 窮島嶼之영廻,
桂殿蘭宮, 卽岡巒之體勢. 披繡달(門+達), 俯雕맹.
山原曠其盈視, 川澤紆其駭촉(目+屬).
閭閻搏地, 鐘鳴鼎食之家. 가(舟+可)艦迷津, 靑雀黃龍之축(舟+由).
虹銷雨霽, 彩徹區明. 落霞與孤鶩齊飛, 秋水共長天一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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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유구월 서속삼추 요수진이한담청 연광응이모산자
엄참비어상로 방풍경어숭아 임제자지장주 득선인지구관
충만용취 상출중소 비각유단 하림무지
학정부저 궁도서지영희 제전란궁 즉강만지체세 피수달 부조맹
산원광기영시 천택우기해촉 여염박지 종명정식지가
가함미진 청작황룡지축 홍소우제 채철구명
낙하여고목제비 추수공장천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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漁舟唱晩, 響窮彭려之濱, 雁陣驚寒, 聲斷衡陽之浦.
遙吟俯暢, 逸興천(책받침+山+而)飛, 爽뢰(竹+賴)發而淸風生, 纖歌凝而白雲알(책받침+曷).
수(目+새 추)園綠竹, 氣凌彭澤之樽, 업(業+邑)水朱華, 光照臨川之筆.
四美具, 二難幷. 窮燎眄於中天, 極娛遊於暇日.
天高地逈, 覺宇宙之無窮. 興盡悲來, 識盈虛之有數.
望長安於日下, 指吳會於雲間. 地勢極而南溟深, 天柱高而北辰遠.
關山難越, 誰悲失路之人. 萍水相逢, 盡是他鄕之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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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주창만 향궁팽려지빈 안진경한 성단형양지포 요음부창
일흥천비 상뢰발이청풍생 섬가응이백운알 수원록죽
기릉팽택지준 업수주화 광조림천지필 사미구 이난변
궁제면어중천 극오유어가일 천고지령 각우주지무궁
흥진비래 식영허지유수 망장안어일하 지오회어운간
지세극이남명심 천주고이북진원 관산난월 수비실로지인
평수상봉 진시타향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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懷帝혼(門+昏)而不見, 奉宣室以何年. 嗚呼! 時運不齊, 命途多舛.
馮唐易老, 李廣難封. 屈賈誼於長沙, 非無聖主, 竄梁鴻於海曲, 豈乏明時.
회제혼이불견 봉선실이하년 오호 시운부제 명도다천
풍담이로 이광난봉 굴가의어장사 비무성주 찬량홍어해곡 기핍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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所賴君子安貧, 達人知命. 老當益壯, 寧移白首之心.
窮且益堅, 不墜靑雲之志. 酌貪泉而覺爽, 處학(水+固)轍以猶환.
北海雖사(貝+余), 扶搖可接. 東隅已逝, 桑楡非晩.
孟嘗高潔, 空懷報國之心. 阮籍猖狂, 豈效窮途之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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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회군자안빈 달인지명 노당익장 영이백수지심
궁차익견 부추정운지지 작탐천이각상 처학철이유환
북해수사 부요가접 동우이서 상유비만
맹상고결 공회보국지심 완적창광 기효궁도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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勃三尺微命, 一介書生. 無路請纓, 等終軍之弱冠.
有懷投筆, 慕宗慤之長風. 舍簪笏於百齡, 奉晨昏於萬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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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삼척미명 일개서생 무로청영 등종군지약관
유회투필 모종각지장풍 사잠홀어백령 봉신혼어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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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謝家之寶樹, 接孟氏之芳隣. 他日趨庭, 도(口+刀)陪鯉對.
今晨捧袂, 喜託龍門. 楊意不逢, 撫凌雲而自惜, 鍾期旣遇,
奏流水以何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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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사가지보수 접맹씨지방린 타일추정 도배리대
금신봉메 희탁룡문 양의불봉 무릉운이자석 종기기우 주류수이하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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嗚呼! 勝地不常, 盛筵難再. 蘭亭已矣, 梓澤丘墟.
臨別贈言, 幸承恩於偉餞, 登高作賦, 是所望於群公.
敢竭鄙誠, 恭疏短引, 一言均賦, 四韻俱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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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승지불상 성연난재 난정이의 재택구허
임별증언 행승은어위저 등고작부 시소망어군공
감갈비성 공소단인 일언균부 사운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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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騰王高閣臨江渚, 佩玉鳴란罷歌舞.
畵棟朝飛南浦雲, 珠簾暮捲西山雨.
閑雲潭影日悠悠, 物換星移幾度秋.
閣中帝子今何在, 檻外長江空自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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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왕고각임강저 패옥명란파가무
화동조비남포운 주렴모권서산우
한운담영일유유 물환성이도기추
각중제자금하재 함외장강공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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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남창군(南昌郡)이었던 이 곳에 새로이 홍도(洪都)가 섰다. 28숙(宿)의 별자리로는 익(翼),진(軫)에 해당하는 땅으로, 서쪽으로는 형산(衡山)에 접해 있고, 북쪽으로는 여산(廬山)에 접해 있다. 형강(荊江),송강(松江), 절강(浙江)의 세 강이 굽이돌아 흘러가고, 태호(太湖), 파양호(番+邑陽湖), 청초호(靑艸湖), 단양호(丹陽湖), 동정호(洞庭湖)의 다섯 호수가 산허리에 걸린 구름처럼 자리잡고 있다. 또 이 곳은, 초(楚)나라와 월(越)나라에 잇닿아 있어 교통의 길목이기도 하다. 이 곳 홍주(洪州)는 신령스럽고 기이한 땅이라, 나는 물건마다 모두 하늘이 낸 보배로, 밤마다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에 신비한 빛을 보내던 명검(名劍) 용천(龍泉)도 바로 이 곳에서 나온 보물이다. 나는 인물 또한 걸출하여, 평소 손님을 접대할 줄 모르는 진번(陳蕃)조차도 그 덕을 흠모하여 손수 걸상을 내려 맞이하였다고 하는, 만민의 우러름을 한몸에 받던 서치(徐穉)가 바로 이 땅에서 났다. 또 이 곳에는, 훌륭한 주(州)와 군(郡)이 안개가 깔린 듯 즐비하게 벌려 있고, 문채가 뛰어난 인물들이 밤하늘의 뭇 별처럼 찬란하게 활약하고 있다. 이 곳에 있는 누대(樓臺)와 성 밑의 못은 초(楚)나라와 중화(中華)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데, 주인 염백서를 비롯하여 이 곳 등왕각에 모인 많은 빈객(賓客)들은, 홍주 땅의 아름다움을 한몸에 안은 훌륭한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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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한 덕망을 지닌 도독(都督) 염공(閻公)은, 의장용 창을 줄지어 앞세우고 이 곳 홍주에 부임하였다. 또, 새로 예주의 태수가 되어 훌륭한 위의(威儀)를 갖추고 임지로 가던 우문균(宇文鈞)이 잠시 수레를 멈추고 오늘 이 등왕각의 잔치에 참가하였다. 오늘은 마침 천자께서 십순(十旬)의 휴가를 내리신 날이라, 훌륭한 벗들이 구름처럼 모이고, 천리 먼 곳에 있는 귀인들까지 맞이하여 접대하니, 덕 높은 분들이 자리에 가득하다. 아, 저기 저 분, 교룡(蛟龍)이 하늘에 오르고 봉황이 날개를 펴듯 찬란한 문채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문장의 대가 맹학사(孟學士)가 아닌가. 번개같이 빛나는 칼과 서릿발같이 번득이는 창에 둘러싸인 저분은 왕장군(王將軍)이 아닌가. 실로, 문무의 명인들이 모인 성대한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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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가친께서 영관(令官)으로 가 계신 교지(交趾)로 가던 길에, 유명한 이 곳 홍주 땅을 지나다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 나이 어린 내가 무엇을 알겠는가. 그저 등왕각의 훌륭한 연회에 참석하게 된 것이 영광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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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9월, 사시(四時)의 차례로는 가을 석 달이다. 연일 맑은 날이라 땅에 괸 웅덩이 물은 바짝 마르고, 쓸쓸히 가을을 맞는 못물만이 시리도록 투명한데, 석양에 안개 구름 자욱히 어리니 저물어 가는 산 빛은 온통 보랏빛이다. 9월 9일, 등고(登高)의 가절(佳節). 귀인들 모두 마차를 몰아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즐기고자 산에 오른다. 옛날, 등왕 원영이 긴 섬 위에 세웠다는 등왕각을 굽어본다. 등왕각 좌우에 오래된 숙사(宿舍)가 있는데, 그 곳에서 쉬는 사람들은 모두 신선 같다. 겹겹이 잇닿은 산봉우리가 깎아 세운 듯 짙푸르게 곱디 고운 단청빛을 강물에 띄워 보내며 천 길 밑 저 아래 깊은 물을 아득히 굽어본다. 점점이 떠있는 모래섬에는 학과 물오리가 떼지어 모여 앉아 빈틈이 없고, 계수나무로 지은 전각(殿閣)과 목란(木蘭), 향목(香木)으로 지은 궁전들이 높고 낮은 지세에 나라 줄지어 늘어서 있다. 그림을 그려 새긴 문을 열고 조각한 기와 지붕을 내려다보니, 드넓은 산과 들이 시야에 가득 차고, 내와 못이 하도 커 보는 이의 눈을 놀라게 한다. 마을에는 민가들이 촘촘히 들어서 빈틈이 없는데, 그 중에는 식사 때마다 종을 치고 솥을 늘어놓아야 할 큰 집도 많다. 강변 나루마다 갖가지 모양을 한 숱한 배들이 배 댈 곳을 찾아 바삐 움직이는데, 배마다 고물에는 하나같이 청작(靑雀), 황룡(黃龍)의 화려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무지개 사라지고 비가 개니, 비 갠 뒤의 맑은 광채가 허공에 빛난다. 스러져 가는 저녁놀은 외로운 들오리와 함께 하늘에 떴고, 푸르른 가을물은 길게 뻗어 하늘과 이어져 한빛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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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풍경을 노래하는 어부의 노래소리는 팽려의 물가에 울려퍼지고,추위에 놀란 기러기떼의 울음 소리는 형산(衡山)의 회안봉(回雁峰)을 넘지 못하고 형양(衡陽)의 포구에서 끊어진다. 아득히 먼 곳을 바라보며 읊조리다 고개를 떨군 채 생각에 잠기니, 아취있는 즐거움이 쉬이 사라진다. 상쾌한 피리 소리 울리자 시원한 바람 일고, 아름다운 여인의 노래 소리에 떠가던 구름이 갈길을 멈추고 귀를 기울인다. 등왕각의 동산에는, 옛날 양(梁)나라의 효왕(孝王)이 만든 수원처러 푸른 대나무가 무성한데, 그 푸른 대나무의 향기는, 왕홍(王弘)이 도연명에게 보내 주었던 술의 향기보다 드높다. 등왕각 연못에 핀 연꽃은, 뛰어난 문사 조식이 읊던 업수의 연꽃인 양, 임천의 내사(內史)였던 왕희지의 웅필과 서로 비추어 찬연히 빛을 발한다. 오늘 이 잔치에는, 네 가지 좋은 일, 9월 9일 중양절(重陽節)의 기쁜 날, 더없이 아름다운 등왕각의 경치, 또 그것을 완상(玩賞)하는 그윽한 마음, 그리고 미주(美酒)와 시가(詩歌)에 음악이 어우러진 환락(歡樂)이 빠짐없이 갖추어졌고, 그 위에, 세상에 흔하지 않은 두 가지 것, 현명한 주인과 좋은 손님까지 갖추어졌다. 취하여 반쯤 열린 눈으로 아득히 먼 하늘을 바라보고, 오늘 하루 쉬는 날을 맘껏 즐기며 만족하게 노닌다. 가을 하늘 높고 땅은 가없이 넓어, 우주의 끝없음을 세삼 깨닫는다. 달이 차면 기울 듯, 흥(興)이 다하면 슬픔이 오니, 차고 기울고 성(盛)하고 쇠하는 것이 다 하늘의 뜻임을 알겠다. 천자의 노여움을 사 멀리 오랑캐 땅으로 가던 길에, 태양 아래 저쪽 천자 계신 장안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구름 사이로 까마득히 보이는 오(吳)나라 도읍을 가리키며 생각에 젖는다. 이 곳 홍주 땅은, 동남으로 지세(地勢)를 뻗어 그 남쪽 끝에 있는 바다는 깊고 넓으며, 북쪽을 우러러보면 하늘이 높아 북극성이 까맣게 보인다. 앞으로 가야 할 관소(關所)의 산길은 험하여 넘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그 누가 길을 잃고 헤맬 나를 슬퍼해 주랴. 이 자리에 모인 빈객들은 모두, 물과 부평초가 만나듯 우연히 만난 타향의 객(客)들이니, 이 자리만 끝나면 곧 뿔뿔이 흩어질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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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漢)나라의 가의(賈誼)는, 한때 참소를 입어 장사(長沙)로 쫓긴 몸이 되었으나, 그의 재주를 아낀 문제(文帝)가 다시 불러 선실(宣室) 궁전에서 봉사하였다고 한다. 나 왕발은, 천자가 계신 궁궐문의 문지기를 만나려 해도 이룰 수 없으니, 어느 세월에 가의처럼 죄가 풀리어 천자를 받들어 모실 것인가. 아, 시운이 고르지 못하고 천명(天命)조차 어긋남이 많구나. 전한(前漢)의 풍당(馮唐)은 늙기도 쉬이 늙어 아흔 살이 되도록 낭관에 머물렀고, 이광(李廣)은 문제 때 흉노를 70여 차례나 쳐 큰 공을 쌓았지만, 끝내 제후로봉(封)해받지 못했다. 가의는 현재(賢才)로 알려진 사람이나, 참소를 당해 장사로 귀양가는 욕을 당했는데, 그것은, 그 시대에 덕 있는 성군(聖君)이 없었기 때문은 아니다. 또, 위(魏)나라의 양홍(梁鴻)은 무제에게 중용(重用)되었다가 간신들의 참소를 만나 북해의 양곡(陽曲)으로 유배되었는데, 그것이 어찌 밝은 세상이 다하여 그랬다고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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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왕발이 굳게 믿는 것은, 군자는 빈천(貧賤)을 걱정하지 않고, 도리에 통달한 사람은 천명(天命)을 알아 괴로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릇 사람은, 늙으면 지력(志力)이 쇠해지는 까닭에 늙을수록 뜻을 굳게 가져야 하며, 백발이 되어서도 임금에게 충성을 다하고 백성들을 위해 은택을 베풀 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 곤궁해지면 마음이 바뀌기 쉬우니 곤궁해질수록 더욱 지조를 굳게 해야 하고, 언제나 천하에 이름을 빛내겠다는 청운(靑雲)의 뜻을 버려서는 안된다. 누구든지 광주(廣州) 땅 탐천(貪泉)의 샘물을 마시면 탐욕이 생긴다고 하지만, 자신의 마음만 곧고 결백하다면 그 물을 마셔도 상쾌함을 느낄 것이다. 수레가 지난 뒤 그 바퀴 자국에 괸 물 속에서 할딱거리는 붕어처럼, 지금 우리 부자(父子)가 처한 상황은 절박하지만, 우리 부자는 오히려 시름을 잊고 즐거워한다. 붕(鵬)이 바람을 일으켜 멀고 먼 북쪽 바다까지 가듯, 나도 높은 뜻을 품고 높이 날아오르면, 천자 계신 장안이 비록 까마득히 멀다고 하나 능히 갈 수 있으리. 나는, 인생의 해돋는 때인 소년기를 죄를 입은 채 헛되이 흘려보냈지만, 인생의 해 지는 때인 노년기는 아직도 저 앞에 멀었으니, 큰 뜻을 이루기에 조금도 늦지 않았다. 후한(後漢)의 맹상(孟嘗)은, 성품이 고결하고 치적(治績) 또한 높았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오로지 보국(報國)의 뜻을 안고 죽어 갔고,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진(晉)의 완적(阮籍)은, 자신의 뜻을 펼 수 없음을 비관하여 홀로 숲속에 들어가 한바탕 통곡을 하고 돌아오곤 했다 하는데, 내 어찌, 맹상이 가졌던 보국의 뜻을 버리고, 완적의 그 해괴한 짓을 본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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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勃)은, 3척(三尺)의 작고 보잘 것 없는 몸에, 한낱 글공부하는 서생(書生)에 지나지 않는다. 한(漢)의 종군(終軍)은, 약관(弱冠)에, 방자한 남월왕(南越王)을 묶어 계하(階下)에 끓리겠다고 무제(武帝)께 영(纓)을 내려 달라 청했다 하는데, 나 왕발은, 나이도 품은 뜻도 종군과 다를 바 없건만, 죄를 입은 몸이라 영(纓)을 청할 길이 없다. 후한(後漢)의 반초(班超)는, 이국(異國)에 나아가 공을 세워 제후가 되겠다는 뜻을 품고 홀연히 붓을 던지고 일어서더니, 마침내 서역(西域)의 60여 국을 정벌하여 정원후(定遠候)에 봉(封)해졌고, 또, 어릴 때 장풍(長風)을 타고서 만리 밖의 어지러운 물결을 잠재우겠다던 송(宋)의 종각(宗慤)은, 과연 그의 뜻대로 임읍국(林邑國)을 정벌하여 조양후에 봉해졌으니, 오늘의 나로서는 참으로 느꺼운 바가 많다. 이제 나는, 잠(簪), 홀(笏) 등 벼슬아치의 예복을 미련없이 버리고, 만리 밖 교지(交趾)에 계신 아버님 곁으로 가, 아버님의 잠자리를 보살피며 자식된 도리를 다할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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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왕발은, 비록 사씨(謝氏) 문중의 보수(寶樹)라고 할 만한 현재(賢才)는 아니지만, 맹모(孟母)가 자식을 위하여 세 번이나 이웃을 가려 옮기듯, 좋은 이웃만을 가려 사귀리. 또, 앞으로 멀리 교지(交趾)에 계신 아버님 곁으로 가면, 공자(孔子)의 아들 리(鯉)가 뜰에 계신 아버님 앞을 조심스럽게 종종걸음으로 지나다 거기서 가르침을 받고 그에 따르듯, 나도 그렇게 아버님의 가르치심을 받들어 모시리. 나는 오늘, 의관을 갖추고 이 큰 잔치에 참석하여 주인 염공(閻公)을 만나뵙게 되니, 염공은 다름아닌 용문(龍門)이요 나는 용문에 오른 잉어라, 영광스럽고 기쁜 마음 한량없다. 한(漢)의 무제가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자허지부(子虛之賦)>를 읽고 감탄하여 상여를 그리워하자, 무제를 모시던 양득의(楊得意)가 상여를 추천하였다 하는데, 나는 이제까지 양득의 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 부질없이 상여의 <능운지부(凌雲之賦)>를 읊조리며 자신의 불우함을 애석히 여겨 왔을 뿐이다. 그런데 나는 오늘, 옛날 백아(伯牙)의 금(琴) 소리를 듣고 그 마음까지 알았던 종자기(鐘子期)와 같은 지음(知音)의 주인 염공을 만나게 된 것이다. 백아가 금(琴)의 소리로 자기(子期)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한 것처럼, 나는 이 <등왕각서>를 지어 나의 마음을 부끄러움 없이 염공께 보여 드리리. 어찌 흐르는 물을 노래하기를 부끄러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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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곳처럼 뛰어난 절승(絶勝)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요, 오늘같이 성대한 잔치는 두 번 다시 만나기 어려운 일이다. 진(晉)의 왕희지가 명사들과 더불어 주연(酒宴)을 베풀고 시를 짓던 난정이 없어진 지 이미 오래고, 진(晉)의 석숭(石崇)이 벌주(罰酒) 삼배(三杯)를 돌리며 환락을 누리던 재택(梓澤)의 금곡원(金谷園) 또한 폐허가 된 지 오래이니, 오늘날 등왕각만한 곳을 다시 또 어디서 찾아볼 수 있으랴. 이제, 헤어짐에 있어 이 한 편의 글을 지어 올리게 됨은, 영광스럽게도, 이 성대한 잔치에 참석하는 은혜를 입은 때문이다. 9월 9일 등고(登高)의 가절(佳節), 오늘같이 좋은 날 등왕의 높은 전각에 올라 글을 짓는 것은, 이 자리에 모인 여러 사람의 다같은 소망이리. 모두 시를 읊으며 즐거움을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감히 보잘것없는 성의(誠意)를 다하여 짧은 글을 짓고, 다시 사운(四韻)으로 된 칠언고시(七言古詩) 한 수를 보태어, 삼가 이 글을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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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왕의 높은 누각 아직도 강가에 우뚝한데 옥 소리 말방울 소리 사라진 지 오래고 기녀들의 노래 소리 그친 지 오래이다.
아침이면 단청 기둥에 남포의 구름이 날고 저녁이면 걷어올린 주렴 너머로 서산에 비가 흩뿌린다.
한가로운 구름과 연못의 짙푸른 물빛은 예나 다름없는데 인물이 바뀌고 세월이 변하며 몇 춘추나 흘렀는가.
저 누각에 계시던 천자님의 아드님 지금 어디에 계시는가.
난간 너머 길게 뻗은 강물만 무심히 흘러갈 뿐이네
◆ 語義
星分翼軫(성분익진)- 별의 28宿에 의하여 중국의 全土를 配當하고, 각 별은 자신에게 배당된 땅을 관장한다는 설에 의해, 洪州는 남쪽을 관장하는 井, 鬼, 星, 張, 翼, 軫의 일곱 개 별 중 翼과 軫이 관장하는 땅이라는 것.
衡廬(형려)- 西南의 衡山과 北境의 廬山.
襟三江(금삼강)- 荊江, 松江, 浙江의 세 강이 홍도의 주위를 옷깃처럼 두르고 있음.
帶五湖(대오호)- 태호, 파양호, 청초호, 단양호, 동정호의 다섯 호수가 홍주의 허리 부분에 허리띠를 맨 것처럼 둘리어 있음.
控蠻荊(공만형)- 홍주가 楚에 連해 있음. 楚는 본디 남쪽 野蠻國이었으므로 蠻荊이라 한 것임.
引구(區+瓦)越- 越나라와 連해 있음. 越나라에 구(區+瓦)라고 하는 川이 있어 구월이라 한 것임.
物華千寶(물화천보)- 홍주는 신령스럽고 기이한 곳이어서, 그 곳에서 나는 물건은 모두 光華가 어리어 하늘의 보배라는 뜻.
龍光射牛斗之墟(용광사우두지허)- 龍泉이라는 劍의 빛이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를 쏨. 墟는 큰 언덕이라는 뜻이나 여기서는 북두성, 견우성 두 별이 있는 곳을 가리킨다.
人傑地靈(인걸지령)- 홍주에 뛰어난 사람이 나는 것은 그 땅이 신령스럽기 때문이라는 뜻.
徐孺(서유)- 後漢의 徐穉. 字는 孺子로 南昌사람이다. 有德하여 만민의 존경을 받았다.
下陳蕃之榻(하진번지탑)- 陳蕃의 걸상을 내려놓음. 진번은 홍주의 太守로, 평소에 쉽사리 賓客을 접대하는 일이 없었다. 다만 서치에게만은 예외로, 그의 덕을 흠모하여, 그가 오면 내려서 앉히려고 특별히 걸상을 준비하여 걸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