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書畵 雲谷 姜張遠

 

 
작성일 : 12-04-18 21:54
우리 옛 그림들의 해후(邂逅)/공민왕(恭愍王)의 양 그림 잔결
 글쓴이 : 운곡
조회 : 1,217  
공민왕(恭愍王)의 양 그림 잔결
현존하는 우리나라 옛 동물 그림을 소재별로 살필 때 12지에 속한 것 중 양(羊)은 말 · 소 · 호랑이 · 개 등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다. 양 사육에 적합한 초지(草地)가 없어서인지, 양을 기르는데 실패한 기록과 고려왕조에선 국가에서 제사에 쓸 양을 여진족이 세운 금(金)에서 수입한 기록도 보인다. 우리 강토에 없는 코끼리와 사자 그리고 원숭이 같은 동물들은 불교의 수용과 더불어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양 그림이 드문 이유는 가축이 되지 못했기에 그 형태를 제대로 살필 수 없는 데서 그 이유를 찾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양 그림은 중국에서 유입된 화본(畵本)에 의존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증명하듯 몇 안 되는 조선시대 양 그림은 화본풍이 짙다. 살필 수 있는 우리나라 양 그림은 고려 말까지 올라간다. 다름 아닌 서화에 능했던 고려 말 공민왕의 그림으로 전하는 <두 양(二羊)>이다.
 
과 고려의 교류
- 조맹부와 공민왕
 

<두 양二羊>, 비단에 채색 15.7x22.0cm, 간송미술관
 
화면 바탕인 비단은 균열이 많으며 떨어져 나간 부분과 오염으로 얼룩도 보인다. 한 마리는 고개를 지면으로 향해 숙였고 따른 한 마리는 지면과 수평으로 앞을 향한 두 마리의 양이 등장한다. 얼굴은 둘 다 측면으로 향하고 있다. 세필(細筆)로 윤곽을 그리고 터럭 하나하나를 빠트리지 않고 반복해서 그렸다. 한 마리는 흰 바탕에 갈색 털이 얼굴과 몸의 일정 범위 무늬처럼 있고, 또 다른 한 마리는 턱을 제외한 얼굴에 검은 털이 섞인 모습이다.
이 그림은 소장처인 간송미술관에서 1979년 개최한 17회 기획전 ‘조선영모화’를 통해 일반에게 공개했다. 고려는 황제국가로 출발했으나 세계를 제패한 몽골이 세운 원(元)의 지배하에 들어가 사위국가가 되었다. 고려의 왕자들은 부마도위(駙馬都尉)로 어린 시절을 원의 수도인 연경(燕京)에서 보내야 했다. 공민왕은 연경에 머무를 때 원 나라 양 그림을 접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송(宋) 종실출신(宗室出身)으로 원 조정에 출사한 조맹부의 유작 가운데 말뿐 아니라 양 그림도 남기고 있어 상관관계를 헤아리게 한다.
 
 

<두 양二羊>, 조맹부(원, 1254-1322), 종이에 수묵 25.2x48.4cm, 미국 프리어 갤러리
 
조맹부는 그림과 글씨에 두루 능했는데 송설체(松雪體)로 우리나라 고려 말 조선 초 서단(書壇)에 큰 영향을 끼친 서화가이다. 그의 걸작으로 ‘중국 역대 3대 명화’에 포함되는 타이베이 고궁박물원 소장 <작화추색鵲華秋色>의 세부를 살필 때 소나 양으로도 보이는 무리를 이룬 누런색 동물이 등장한다. 미국 프리어갤러리 소장인 <두 양>에는 조맹부가 화면 내 그림을 그리게 된 동기를 밝힌 제사가 있다.
 
배경에 대한 묘사 없이 종이에 수묵만으로 양과 산양(山羊)인 염소를 함께 그리고 좌측에 화가 자신이 쓴 3행의 제사에선 사생寫生한 사실도 언급하고 있다. 산수와 달리 동물 소재에서 문인화의 멋과 어엿함을 드러내나 다소 복고적인 성향의 그림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매우 섬세한 세필로 그렸으되 양은 먹 번짐인 선염(渲染)이, 염소는 선묘(線描)가 두드러진다.
 
공민왕의 양 그림

- 잔결殘缺 6점
 
 

<네 염소山羊>, 비단에 채색 33.5x23.5cm, 국립중앙박물관
 

<두 염소>, 비단에 채색 18.0x20.5cm, 국립중앙박물관
 
흥미로운 사실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크기가 각기 다른 일괄 5점 중 2점은 양이며 둘은 염소이다. 특히 양 그림은 간송미술관 소장의 <두 양>과 동일인의 필치로 사료되는 점이다(德 2714). 5점 중 <네 염소(山羊)>와 <두 염소>는 1977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국립중앙박물관소장 미공개회화’ 특별전과 2006년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연 기획전 ‘광채’를 통해 필자미상(15-16세기)으로 각기 공개되었다.
 
 

<한 마리 양>, 비단에 채색 10.0x29.3cm, 국립중앙박물관
 

<물가 양>, 비단에 채색 10.0x29.3cm, 국립중앙박물관

<물가 풍경>, 비단에 채색 4.7x15.0cm, 국립중앙박물관
 
나머지 3점 가운데 2점이 양 그림인 <한 마리 양>과 <물가 양>이며 한 점은 나무로 된 다리가 보이는 <물가 풍경>으로 이왕가박물관에서 1910년 스즈끼(鈴木銈次郞)에게서 구입했다. 이들은 친연성이 커 한 화첩에 속했던 것들이거나, 한 화폭에서 나뉜 잔결(殘缺)들로 사료된다. 모두 낱폭이나 이를 싼 두터운 종이 표지엔 세로로 쓴 유물번호 등 묵서(二七一四 筆者未詳 羊之圖 五)가 있다. 길고 곧은 직모로 나타낸 염소와 달리 특히 구불구불한 짧은 철사 줄처럼 털을 묘사한 양은 간송미술관 것과 매우 유사하며, 3점에 보이는 둔덕 등 산수표현의 기법상의 공통점, 화면 바탕에 보이는 갈색의 오염마저 닮아 이 같은 생각을 뒷받침 한다.
 
 

<개태도開泰圖>(부분), 고종(청, 1712-1799), 종이에 채색 127.7x63.0cm, 타이베이 고궁박물원
 
 
이 그림 속 양이 취한 자세가 조맹부를 비롯해 청(淸) 고종의 <개태도> 등 일련의 중국의 양 그림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린 화가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양과 사슴 두 종류로 동물로 구성된 한 화첩에서 나뉜 것으로도 생각되나 한편 간송미술관 것을 포함해 이들 6점은 양과 염소가 어우러진 한 큰 화폭이었을 가능성도 보인다. 이에 이들 모두는 공민왕의 전칭작으로 고려 말 14세기까지 소급되며 이들은 공민왕 전칭작으로 비정됨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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