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를 보냅니다-/ 김진일(한원그래픽스 대표)

 


---부채 보낸 뜻을  나도 잠깐 생각하니
---가슴에 붙는 불을 끄라고 보내도다
---눈물도 못 끄는 불을 부채라서 어이 끄리.
                                                 -실명씨-


정인이 부채를 보내 온 뜻을 내 어이 모르겠습니까만
8월의 뜨거운 여름 - 밤은 깊어 가슴은 타 올라 재가되어
애 간장 다 녹는데 그까짓 작은 부채의 바람이 
어디 정염을 식힐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가슴의 불을 끌 수는 없다해도 어쩌겠습니까.
님이 보낸 부채를  오래오래 부쳐 보다보면 
언젠가 사랑의 바람이 불지도  모를 일이지요.


부채-.
멋을 내는 장식품이요 예술에 더하여 
전통과 기품을 품어내는 작품으로 승화되었습니다. 
이즈음이야 선풍기에 이어 에어컨이 사무실은 물론 
각각의 집에 모두 설치되어 무더운 여름을 식힐 수 있습니다만 
불과 얼마전만 해도 한 여름, 삼복을 이기는 방법은
부채 밖에 더 있습니까.
불과 얼마 전만 하여도 부채는 우리들 일상의 필수품이었으며
남자의 멋이요 여성의 감춰진 비밀이었지 않습니까?
멋 들어지게 그려진 문인화 한폭을 차르르 펼치는 합죽선은
함께 한 모두의 갈망이었으며,
한 잔 술에 목청껏 내 지르는 
판소리의 클라이막스에 촥 펼치는 부채의 맛은
뭇 청중의 가슴을 턱 막히게 하였고,
해 저물녁- 
고운 사람이 권하는 미주(美酒)에 살랑살랑 부쳐주는 시원한 바람 속에 
풍겨오는 여인의 향기는 뭇 남성의 가슴을 까맣게 태우고 말았습니다.


8월입니다.
금년의 팔월은 유난히도 덥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 더위가 얼마나 가겠습니까.
재주가 없어 부채는 보내드리지 못합니다만 
에어컨의 바람보다 더 시원한 바람을 한 아름 보내드립니다.
휴가 잘 보내시고 건강하신 몸으로 
무사무탈 며칠 남지 않은 더위를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십시오.


8월의 첫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