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분배와 성장의 관계, 국제적 인식이 바뀐다-/ 유 철 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국제통화기금(IMF)이 6월 15일에 공개한 
“소득불평등의 원인과 결과(Causes and Consequences of Income Inequality: A Global Perspective)”
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야당이 현 경제정책기조의 수정을 촉구하면서 그 근거로 삼기도 했다. 


 IMF 소속의 경제학자 5명이 1988년에서 2008년까지 세계 각국의 소득 분위별로 소득의 변화를 분석했는데, 선진국에서
는 9분위와 10분위(상위 20%)의 소득이 주로 증가했고, 신흥경제국가에서는 하위 두 분위와 상위 세 분위의 소득이 증가
했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한국의 경우는 선진국과 같은 양상이 나타났다.  특히 전체 소득 가운데 노동소득이 차지하
는 몫(노동소득분배율)이 감소한 것이 불평등 심화에 기여했는데, 대다수 선진국에서 실질임금이 노동생산성을 따라가
지 못하고 그 격차가 커진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흥미롭게도 한국은 실질임금과 노동생산성의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져 있는 나라이다. 


IMF의 5인, 하위 계층 소득 높여야 성장에 유리 


 이러한 발견들과 함께 이 보고서의 가장 대표적인 주장은 “상위 20% 계층의 소득 몫이 1% 포인트 증가하면 이후 5년 
동안 GDP는 연평균 0.08% 포인트 감소한다. 따라서 (경제성장의) 혜택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지 않는다.   반면에 
하위(저소득층) 20%의 소득 1% 포인트 상승은 경제성장을 연평균 0.38% 포인트 높인다”라는 것이다. 결국 하위계층의 
소득을 높이는 것이 성장에 유리하다는 결론이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지난 30여 년간 월스트리트, 미국재무부, IMF라는 세 주체가 글로벌 스탠다드라면서 제시해 온 경
제관 혹은 정책관을 반박하는 근거와 논리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기존의 주류적 견해를 표현하는 말이 (경제성
장의) 혜택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린다는 소위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이다. 대기업과 부유층이 투자의 주체이
니 이들의 소득이 늘면 투자가 촉진돼 경기가 좋아지고, 자연히 저소득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가 소득 양극화가 해소된
다는 논리이다. 성장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고, 소득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정책은 혁신의 동기를 약화시키고 노
동유인을 줄여 성장에 해롭다는 것인데, 이것은 한국 정부의 완고한 입장이기도 하다. 
그런데 보고서는 명시적으로 이를 부정하고 있다. 


OECD, 낙수효과는 환상, 양극화를 해소해야 성장 


사실 불평등이 성장과 고용확대를 저해한다는 생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노동기구(ILO)나 유엔개발계획(UNDP) 등에서도 틈틈이 소득불평등의 문제
를 제기하고 그것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보고서는 나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작년 12월 보고서에서 낙수효과의 환상에서 벗어나서 양극화를 해소해야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또 2011년의 월가점령운동의 핵심주장이기도 했으며, 
2013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트리클다운 경제학은 작동하지 않는다”라는 선언도 있었다. 


이번 보고서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것이 IMF에서 나왔고, 가장 노골적이고 명시적으로 월스트리트와 미국재무부, 
그리고 IMF의 기존 입장에 회의를 던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교황의 발언이 있었을 때, 미국의 주요언론과 경제학자들이 교황이 왜 그런 좌파적 편견을 갖고 있는가라고 
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들정도이다. 물론 첫페이지에 “저자들의 견해이고 반드시 IMF의 견해를 대변하
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고 있듯이 이 보고서 하나를 두고 IMF의 입장이 의미있게 변화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양한 견해
들 중에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낙수효과는 없다고 해도 좌파 운운 하지는 못할 것이 분명하다. 


오바마 정부가 과감한 최저임금인상안을 들고나오고, 클린턴 정부와 오바마 정부에서 각기 대통령경제자문회의 의장을 지
낸 스티글리츠와 서머스 교수가 올해 들어 불평등과 저성장을 연결짓는 보고서들을 내놓은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 정가
에도 대선을 앞두고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월스트리트뿐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제계와 정부는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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