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書畵 雲谷 姜張遠

 

 
작성일 : 12-12-12 16:12
왕유의 「종남별업(宗南別業)」 3 - 여러 화가들의 좌간운기시(坐看雲起時)
 글쓴이 : 운곡
조회 : 2,344  
 
  • 왕유의 「종남별업(宗南別業)」 3 - 여러 화가들의 좌간운기시(坐看雲起時)
왕유의 「종남별업」은 김홍도만이 애송했던 시는 아니었던 듯하다. 부리부리한 눈매로 조선시대 자화상의 백미를 남긴 윤두서(尹斗緖, 1668-1715) 역시 전원생활을 꿈꿨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어린 시절을 향리인 해남에서 자랐으나 13살 때 고향을 떠나 한양으로 올라왔다. 한양에서는 서인 출신으로 일가가 당쟁에 휘말리는 것을 보고 해남을 오가는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죽기 두 해 전부터는 완전히 낙향해 살았다.

 
윤두서(尹斗緖) <좌간운기시(坐看雲起時)> (관월첩(觀月帖) 견본수묵 14.9x19.1cm 국립중앙박물관
 
그의 한양생활 시절에 그린 그림에 이 시를 소재로 한 그림이 있다. <좌간운기시>는 한 노인이 나무 밑에서 쉬고 있는 그림이다. 이 그림과 짝이 되는 화면에 ‘흥래매독왕, 승사공자지, 행도수궁처, 좌간운기시 효언(興來每獨往 勝事空自知 行到水窮處 坐看雲起時 孝彦)’이라고 적혀 있다. 효언은 그의 자이다. 군데군데 보이는 조금 이상하게 보이는 글자는 각각의 옛 글자이다. 이 그림은 시가 별도의 화면에 적혀 있기는 하지만 조선후기 시의도의 선구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시의도의 선구작에 전원시가 쓰여있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정선(鄭敾) <좌간운기시(坐看雲起時)> 지본담채 32.3x19.8cm 개인
 
그런가 하면 서인인 윤두서와 달리 당시 메인스 트림인 노론에 속했던 정선에게도 ‘물길 시작되는 곳까지 가보고 구름 이는 것을 가만히 바라본다’는 전원생활의 이상을 소재로 한 그림이 있다. 역시 같은 제목의 <좌간운기시>이다.
바위벽을 짙은 먹으로 북북 그은 전형적인 겸재 묵법이 드러나 있는 그림이다. 오른쪽 바위산 밑에 굵은 먹 선 두줄로 소나무 줄기를 그린 것도 겸재의 특징적 필치이다. 이 그림에도 왼쪽 여백에 ‘행도수궁처 좌간운기시 겸재(行到水窮處 坐看雲起時 謙齋)라고 적혀 있다.


홍대연(洪大淵) <쌍노담소도(雙老談笑圖)> 견본수묵 16.7x22.7cm 국립중앙박물관
 
이 시는 그 외에도 여러 화가들이 테마로 삼았다. 김홍도 시대의 화가로 단원보다 4살밑이었던 홍대연(洪大淵, 1749-1816)에게도 이를 그린 그림이 있다. 그림은 중국풍의 인물에 의복 표현이 두드러진다. 나무 아래의 두 노인이 시 속에 나오는 우연히 만난 산골 노인에 해당한다. 시구는 ‘우연치임수 담소무환기 화은(偶然値林叟 談笑無還期 花隱)’이다. 화은은 홍대연의 호이다.


이한철(李漢喆) <산수도> 지본담채 29x109cm 개인
 
19세기 중반을 무대로 활동했던 화원화가 이한철(李漢喆, 1808-?)도 이를 그렸다. 그림 속 구도는 S자로 여러 번 꺾이며 깊은 산과 계곡이 연속되고 있다. 좁고 길다란 화면 위에 중첩된 산을 복잡하게 구성한 이런 화풍은 당시 청대 궁중 화풍의 영향이다. 큰 소나무 몇 그루가 서있는 언덕에 인물 두 사람이 그려져 있다. 포즈는 예의 두 사람의 대작 포즈이다. 그림 속의 제시는 ‘행도수궁처 좌간운기시’라고만 되어 있다.
이처럼 왕유의 「종남별업」은 조선후기에 많은 화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산수화는 흔히 사대부, 문인 화가들이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이상향을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종남별업(宗南別業)」은 그 같은 이상을 일깨워주는 가장 안성맞춤의 전원시가 아니었을까.(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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