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재난에서 얻어야 할 교훈 -/ 박 석 무 (다산포럼 이사장) 

  
  
  보도를 보면 국무총리가 직접 말했습니다. 
더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으니 모든 국민은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정상으로 돌려 해야 할 일을 해도 된다는 
말을 했습니다. 사실상 메르스 재난은 끝났다고 말했다는 뜻으로 언론은 받아들였습니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불
안에 떨었으며, 국가의 경제는 얼마나 위축되고 어려움에 처했던가요. 그렇지만 정부는 사과도, 문책도 없이 그런 큰 
재난을 두루뭉술 넘겨버리려는 모습이어서 뒷일이 걱정되기만 합니다. 


  유성룡의 『징비록』은 그처럼 큰 재난이었던 임진왜란을 겪고, 다시는 그런 화란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뜻
으로 저술한 책이었습니다. 이제 우리 정부도 잘못했던 점에 대해서는 사과도 하고, 책임 있는 사람들의 잘못에 대해
서는 문책도 해야만,  다시는 그런 재난에 처하지 않을 수가 있는데,  그냥 넘어가 버린다면,  다가올 재난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걱정만 앞섭니다. 


  임진왜란을 몸소 겪으며 그때의 경험을 『난중일기(亂中日記)』라는 이름의 책으로 남긴 
반곡(盤谷) 정경달(丁景達) 저서에 발문으로 쓴 다산의 「제반곡정공난중일기(題盤谷丁公亂中日記)』」라는 글은 
오늘의 관점으로 보아도 여러 가지로 참고할 점이 많은 내용입니다. 
“대체로 재난이란 숨겨서는 안 된다. 병을 숨기는 사람은 그 몸을 망치고, 재난을 숨기는 사람은 그 나라를 망치는 
것이다. 대체로 숨기는 것은 계책이 아니다[凡諱非計也]”라고 말하여 일어난 사건을 숨기거나 감춰서 숨기지 않았
다면 해결될 수도 있었던 재난을 확대 재생산했던 점을 비판하였습니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해오리라는 정황은 여러 징조가 있었는데, 민심을 안정시키고 국가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이
유로 사신으로 일본을 다녀온 사람은 침략의 징후가 없다고 보고하고 나라의 중신들도 거기에 동조하는 바람에,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일본의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던 당시의 비극을 다산은 통렬하게 비판
했습니다. 


  사건을 숨기고 감춰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절대로 좋은 계책이 아님을 다산은 거듭 강조했습니다. 
지금까지 나타난 사실로 따져보면 정부는 메르스의 초동 단계에 허술한 대처를 했었고, 사실을 숨기고 감춤으로 민
심을안정시킨다는 헛된 생각으로 얼마나 크게 일이 벌어지고 말았던가요. 때문에 정부는 잘못한 점은 국민에게 정
중하게사과하고, 책임자들은 명확한 문책을 통해, 
다시는 그런 잘못이 없어야 하고 재발방지의 조치가 확고하게 세워져야 하리라 믿습니다. 


  정경달의 『난중일기』가 한글로 번역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과 보성군에서 힘을 합해 한문으로 된 책이 번역된다고 하니 매우 다행한 일입니다. 
다산은 그 책을 매우 높게 평가하여 나라를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자세하고 꼼꼼하게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평가
했습니다. 화란을 숨겨서도 안 되고 질병을 숨겨서도 안 된다는 다산의 말씀에 따라 정보는 공개하여 중론으로 해결
책을 찾는 일에 구애받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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