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원/양성자 
 
 
내게 정원이 있다면 
원시림이였으면 좋겠다 
아무 씨앗이나 떨어지면 
제 생명 다해 자라고 
 
낮이면 
햇살아래 나비와 벌이 날으고 
밤이면 
갖가지 풀벌레들의 울음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새벽에 일어나 정원을 걸으면 
바지가랑이에 이슬이 흠뻑 젖고 
옷 사이사이에는 들풀의 씨앗들이 
대롱대롱 메달리고 
작은 연못에는 
개구리 소금쟁이 우렁 물풀들이 자랐으면 좋겠다 
 
돌 틈 밑에는 개미나 지렁이 가족이 
한 살림 꾸렸으면 좋겠고 
나무에는 커다란 거미집이 있어 
방울방울 이슬들의 반짝임을 
날마다 볼 수 있었슴 좋겠다 
 
내게 정원이 있다면 
어느 나무이든 풀이든 꽃이든 
돌멩이 하나이든 
그 모습 그대로 살게하고 싶다 
 
내 정원만은 
어느 누구의 손도 닿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으로 남겨두고 싶다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