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선비는 정치부터 논했다 / 박 석 무 (다산연구소장)
 

 
- 한 해를 보내며- 

 
“참된 선비의 학문은 본디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편안히 하고 
오랑캐를 물리치고 재용(財用)을 넉넉히 하고 
문식(文識)과 무략(武略)등을 갖추려고 하는 것을 마땅치 않다고 여기지 않았다. 
어찌 옛사람의 글귀나 따서 글이나 짓고, 벌레나 물고기 등에 대한 주석이나 내고, 
소매 넓은 선비 옷을 입고서 예모(禮貌)만 익히는 것이 학문이겠는가?”「속유론(俗儒論)」  

 
그러면서 다산은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해야 한다.” [傷時憤俗]라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이나 잘못된 정치에 대하여 눈감고 음전한 모습으로 살아가서는 
참된 선비라고 말할 수 없노라고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2013년 한 해가 기울어갑니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고, 일촌(一寸)의 광음(光陰)이라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했듯이 
시간이 정말 빠르기만 합니다. 정권 담당자가 바뀐 해여서 올해는 조금 나아진 해가 되리라 믿었건만, 
한 해를 보내는 지금, 너무나 참담한 정치만 구경했기에 참으로 가슴이 쓰립니다. 
큰 현안이 있을 때마다 다산의 지혜와 훌륭한 정책을 동원해서 비판도 하고, 건의도 했건만 
하나도 나아진 것은 없이 민주주의는 깡그리 후퇴해버렸고, 
백성들의 삶은 안녕하지도 못하고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선비란 정치부터 논해야 하고, 세상사와 세속에 마음을 기울이며, 
국가와 백성들의 안녕을 위한 계책을 세워야 하건만, 
어떤 경우 ‘정치’적인 견해만 말하면, 그것이 다산 정신이고, 다산이 추구했던 정의였느냐고 
반박하는 독자도 있었으니, 참으로 세상 살아가기는 어렵기만 합니다. 
독자 몇 분들이 아무리 정치적인 견해가 싫고,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이 역겨운 일이라 하더라도, 
우리 연구소는 다산의 학문관에 따라 정치를 거론하고 
잘못된 정책과 시정(施政)에 대하여 가혹한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18년의 혹독한 유배살이, 국가와 정부로부터 그렇게 비참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서만 500여 권이 넘는 방대한 저서를 남긴 다산의 뜻을 새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다산의 시문(詩文)이나 경서연구, 경세학에 관한 저작의 본질은 
바로 정치 잘하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다산을 거론하면서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절대로 다산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함이 분명합니다. 

 
올해 세밑의 정치판은 참으로 암담하고 참담합니다. 
철도노조 파업, 국정원 댓글 문제, 정부기관의 선거개입 등, 어느 것 하나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쌓여가는 ‘불통’과 ‘독재’에 ‘퇴진’의 목소리만 높아가고 있으니 어쩌란 말인가요. 

 
시간이 갈수록 정치 이야기 아니고는 해야 할 말이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음풍영월(吟風咏月)이나, 담기설주(譚碁說酒 :바둑이나 술 먹는 이야기)나 하면서 살아간다면 
얼마나 안녕하고 편하겠습니까. 
한 해를 보내는 세모에 그러하지 못하는 마음이 아프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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