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박 석 무

 

   
  정월 초하루에 


  1803년은 다산의 나이 마흔두 살이 되는 해이자 귀양살이 세 해째가 되는 해였습니다. 1801년 40세의 다산은 
경상북도 호미곶의 포항시 근처에서 8개월의 귀양살이를 했었고, 그해 겨울 귀양지가 바뀌어 강진으로 옮겼으니 
강진에서 꼬박 1년 이상의 귀양살이를 했던 해였습니다. 
자신의 외로움, 고통, 비통함 등이야 참고 견디며 버텨낼 수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안타까움을 이기지 못하
던 일은 고향에 두고 온 두 아들에 대한 걱정이었습니다. 


  그래서 그해 정월 초하룻날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두 아들에게 간절한 내용의 편지를 썼습니다.
 “새해가 밝았구나! 교양 있는 선비는 새해를 맞으면서 반드시 그 마음가짐이나 행동을 새롭게 해야 한다. 
나는 소싯적에 새해를 맞을 때마다 꼭 일 년 동안 공부할 과정을 미리 계획해 보았다. 
예를 들면 무슨 책을 읽고 어떤 글을 뽑아서 적어야겠다는 식으로 계획을 세워놓고 꼭 그렇게 실천하곤 했다.
 때론 몇 개월 못 가서 사고가 발생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아무튼 좋은 일을 행하고자 했던 
생각이나 발전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지지 않아 많은 도움이 되었다.…[기양아(寄兩兒)] 


  편지의 서두는 이렇게 점잖은 내용으로 시작했지만, 
편지가 계속되면서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던 두 아들을 혹독하게 꾸짖는 과격한 말씨들이 계속됩니다.
 “너희들은 집에 책이 없느냐? 몸에 재주가 없느냐? 눈이나 귀에 총명이 없느냐? 왜 스스로 포기하려고 하느냐?
 영원히 폐족으로 지낼 작정이냐? 
너희 처지가 비록 벼슬길은 막혔어도 성인(聖人)이 되는 일이야 꺼릴 것이 없지 않느냐? 
문장가가 되는 일이나 통식달리(通識達理)의 선비가 되는 일은 꺼릴 것이 없지 않느냐? 
꺼릴 것이 없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거 공부하는 사람들이 빠지는 잘못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가난하고 곤궁하여 고생하다 보면 그 마음을 단련하고 지혜와 생각의 폭을 넓히게 되어 
인정(人情)이나 사물의 진실과 거짓을 옳게 판단할 수 있는 장점까지 가지고 있다.…[기양아(寄兩兒)] 


  갑오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길이 열리지 않고 새로운 희망도 보이지 않아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로 가득한 나라가 우리나라임을 지난 연말의 
현상이 보여주었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해버리고, 좌절해버리고 말아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다산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재주’도 있고 ‘총명’하고 또 오랜 시간의 어려움 속에서 단련까지 제대로 된 국민이 아닌가요. 
새롭게 마음을 다집시다. 
어떻게 해서 얻어낸 민주주의이고, 얼마나 모진 고통 속에서 얻어낸 자유와 인권이던가요.
 “마음속에 약간의 성의만 있다면 아무리 난리 속이라도 반드시 진보할 수 있는 법이다.”라는 
다산의 지혜를 마음에 새기면서, 갑오년 한 해를 이겨냅시다. 
민주주의도, 자유와 인권도 더 이상 위축되거나 후퇴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지키고 버티면서 
우리 국민의 ‘재주’와 ‘총명’을 활용하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해둡시다. 
그리하여 정초 다산의 꾸짖음에서 면탈하는 방법을 찾아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