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逸品의 創作을 위한 提言]
(2013中國山東省-韓中交流展Symposium-발표)-/ 雲谷 姜張遠  

    

 
 逸品의 創作을 위한 提言
[美意識과 觀照의 造形言語]-

 
오랜 옛날부터 인간은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인간의 의식세계는 지(智-眞)-정(情-美)-의(意-善) 라는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知-眞-진리추구, 지식등의 학문을
情-美-종교나 문화 예술을
意-善-규율 법리 도덕을 담당하는 
이 세 가지가 상호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활동하는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상 모든 문화예술은 情적 방면의 美意識의 발현으로서 
그리움 때문에 그림(畵)을 그립니다. 
그리움 때문에 시(詩)를 씁니다. 
그리움 때문에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춥니다.    
시중유화 화중유시(詩中有畵 畵中有詩) -
인간 내면의 美意識이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게 합니다. 
그림이나 글씨는 최초에 긋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당(唐)의 장언원(張彦遠)이「서화동체이미분(書畵同體而未分)」을 말한 것은 문자의 상형성에 근거한 말입니다. 
상황과 뜻을 전달하기 爲하여 그림(畵)이나 글씨(書)를 썼습니다. 
그림이나 글씨는 뜻(意)이나 형체의 모습(形)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그림(圖)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글씨(書)와 그림(畵)은 이름만 다른 것이지 같은 몸- 서화동원(書畵同源)이라고 합니다.
 
  
‣회화의 정신배경(繪畵의 精神背景)
 
동방회화(東方繪畵)나 서방회화(西方繪畵)의 기본적 요소를 분석하면 똑같은 점.선.면(點.線.面)입니다. 
그러나 표현양식에 있어서 동방회화는 획(畫:線)의 예술로서 사물의 내부 본질을 파악하려는 것이요, 
서방회화는 현상적으로 사물의 외부로부터 분석하여 체계를 세우려는 빛(光)의 예술이라 하겠습니다.
 서방회화는 기본적으로 기독교예술입니다. 
르네상스 이후의 모든 근․현대회화의 발전도 결국 이 기독교라는 종교와 관련해서만 이해될 수 있는 것입니다. 

 
로마제국에서 시작된 서유럽 기독교의 역사는 처음부터 끝까지「순교사」로 점철된 것입니다. 서유럽 기독교사는 
지상의 역사가 아니요, 카다콤(Catacomb)과 같은 암흑 속의 지하의 역사입니다. 
그들이 갈구한 것은 암흑 속의 빛으로서 모든 존재를 빛을 통하여 확인하는 
그러한 인식론의 기반 위에서 예술행위를 전개해 나갔던 것입니다.
 빛(光)으로 확인되는 존재의 모습은 명암(明暗)입니다. 
캄캄한 지하 동굴에서 작은 구멍으로 빛(光)이 새어 들어올 때 
일정한 방향의 빛(光)에 의한 명암으로 존재의 모습과 입체감이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빛(光)에 의한 명암의 인식은 선이 아닌 면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결국 르네상스로부터 후기 인상파에 이르러 빛을 분해한 점법으로 그리기까지 
기독교적 뿌리에서 유래한 빛(光,明暗․面)의 예술은 그 전통을 면면히 이어오다가 
다양한 현대 예술사조로 돌파구를 찾으면서 파기되기에 이릅니다. 

 
[註*동방회화는 서방회화처럼 어떤 종교조직의 속박 속에서 발전한 것이 아닙니다. 
달마가 西쪽에서 東쪽으로 왔을 때, 
불교의 비배타적인 초탈함과 현지에 적응하는 개방성과 융통성 때문에 
유교(儒敎)와 도교(道敎)와의 마찰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나 
기독교처럼 순교의 역사를 연출하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불교철학에 의하면 감관에 따라서 인식되는 빛에 의한 존재의 확인을 제1식(第一識)이라 하여 
가장 비천하게 여기며 색의 세계를 실재하는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色(物質)은 궁극의 空(本質)이며 空은 바로 무색(無色)의 현(玄:冥,妙,幽)이었으며 
이 玄은 바로 수묵의 농담일 뿐입니다.
 唐代에 수묵산수가 출현한 것은 색채의 순화에서 탄생한 것이지 수묵에서 채색으로 발전한 것은 아닙니다. 
수묵의 농담조차도 면으로 표현하지 않고 선(畫)으로 표현합니다. 
사물의 색상(色相)을 뛰어넘어 
그 내면의 기(氣)의 흐름을 어떻게 생동하는 것으로 표현할 것인가에 큰 비중을 두는 것입니다.] 

 
‣(觀照에 대하여)
 
석도(石濤)는 조형예술이란 당연히 유형의 세계중에 존재한 것이며 
이 유형속에는 유형으로 창조하게 된 무형이 먼저 존재한다고 설파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예술이란 조형된 유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유형속에 숨어있는 무형의 道를 중요시하였으며 
모든 형상의 예술이 하나의 일획(一畫)으로 집합되므로 화가는 조형시원(造形始源)의 우주인으로서 
일획(一畫)의 철리를 자각할 때에 비로소 
아무런 구애도 받지 않는 자아정신에 이르러 좋은 작품을 그릴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지고의 궁극에 이른 예술가(至人)는 관조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됩니다.

 
[註*석도(石濤)는 서(書)와 화(畵)를 근본적으로 일획(一畫)으로 환원시킴으로서 
회화예술(繪畫藝術)과 서예술(書藝術)을 동시에 초월하여 
일획(一畫)의 원초성으로 그 근본을 추구합니다.     
石濤는 八大山人과 함께 明의 황실 후손입니다. 
明이 멸망하고 淸代에 살면서 망국의 유민으로 입산하여 승려가 되었습니다.
  그는 승려이면서도 장자(莊子)의 자연주의 철학을 깊이 연구하여 그의 화론을 정립하였습니다. 
石濤는 회화를 창조하는 근본을 일획사상(一畫思想)으로 전개하여 일획(一畫)을 道로 인식하고 
道는 우주의 진실세계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石濤는 경험을 중히 여겨 고위금용(古爲今用)이란 이론을 세웠는데 
옛 명가(名家)들의 화법을 알아두는 것은 경험을 쌓아 두는 것으로 이해하였습니다.]

 
본다는 것은 세단계로 분류됩니다.
첫째 시(視)의 단계-물리적인 단계-카메라 렌즈로 보는 것과 같이 객관적인 단계입니다.
둘째 견(見)의 단계-학문적인 단계-견학으로 견문을 넓히는 등의 논리적인 단계입니다.
셋째 관(觀)의 단계-관념, 혹은 관조라는 철학적인 단계입니다.

 
화가의 성숙단계도 이와같아 
視의 단계에서는 정확한 사생을 하게 되고 
見의 단계에서는 더욱 세련된 필치를 획득하게 되어 
그 순간부터 물상의 형사에 관한 한 보다 자유로운 입장이 됩니다. 見의 단계를 거쳐 
觀의 단계에 이를 때 비로소 예술성을 갖춘 작품이 탄생된다 할 것입니다.

 
[註* 觀의 단계에 이를 때 비로소 형태를 단순화하거나 변형 또는 외곡시킬지라도 
납득할 수 있는 조형언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에 국한하지 않는 단순하고 간결한 형태감각을 갖게 됩니다. 
즉 함축적이면서도 간명한 형태감각을 통해 보다 자유로운 조형적인 해석이 가능하게 됩니다.
궁극에 도달(達)하면 끊임없는 기법의 변화를 추구(變)하지 않을 수 없고, 
세상을 관조하게 되면 끊임없는 자기 변혁을 추구(化)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氣)와 운(韻)의 여백, 그리고 일품(逸品)

 
 동방회화의 묵화는 이와같은 동방적 사고의 정신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예술이며 
자연을 포착하여 마음으로 연소시켜 단순한 획(畫)으로 화면에 정착시킨 것입니다. 
따라서 생략과 단순화는 묵화의 가장 큰 특징이며,「
그리지 않으므로써 그리는」餘白은
「표현의 저장」으로 표면적인 묘사에 그치지 않고 본질을 그려내는 寫意畵가 동방회화의 본래 모습입니다.

 
[*남재 사혁(南齊 謝赫)이 고화품록에서 주창하고 당(唐)의 장언원(張彦遠)이 화론육법(畵論六法)에서 의미를 
밝혀 기운생동(氣韻生動)을 첫째로 하였으니 바로 氣의 생동(生動)은 철학적인 고차원의 예술인 것입니다.]

 
지고한 미술품이고자 하면 일품정신(逸品精神)을 지향해야 합니다.

 
[註: 唐의 주경진(朱景眞)은 하문언(夏文彦)의 신품,묘품,능품(神品,妙品,能品)등 삼품외에 
일품(逸品)을 추가했습니다. 
송(宋)의 황휴복(黃休復)은 주경진(朱景眞)과 같으면서도 첫째로 일품(逸品)을 꼽았으며 
신품(神品),묘품(妙品)을 그다음에 놓았습니다.]

 
觀照하는 화가는 세상사에 접하면서도 외형에 구애됨이 없고, 
형체의 세계를 화면 속에 처리해 가는데 어떤 작위의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먹을 쓰는 것이 이미 완성되어 자연스럽고(如然) 붓을 움직이는 것이 무위(無爲自然의 境地)와 같습니다.

 
‣제언(提言)-결어(結語)   
 唐代에 발달했던 불교 선종을 신라 고승 義湘大師가 전수하여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져 한국적 선불교로 발전해 왔으며 
唐代의 시인 白樂天의 長恨歌 싯귀절을 
조선시대 春香歌 가사에 인용하되 한국적 정서로 사용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例:梨花一枝春待雨요 夜雨聞鈴斷腸聲이라]

  
중국과 한국, 한국과 중국, 양국의 문화예술이 교류하며 미친 영향으로 위의 일련의 石濤畵論 등을 
한국회화에서도 적용하게 되는 것은 문화교류의 당연한 정서의 채택이라할 것입니다. 
 

지나치게 자세한 그림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비난을 받지 않도록 애써 그림으로써 세상에 아첨하여 
남에게 인기를 끌고자 하는 것이어서 바람직하지 못한 작품이라 할 것입니다. 
 진실로 일품의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면 
그 그림을 볼줄 아는 눈은 역사에 맡기고 영원히 속진에 집착하지 말고 지고지순한 창작 정신으로 
그림을 그리는데만 정진했을 때 일품의 작품이 탄생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화가들에게 감히 제언합니다. 
타인의 작품이거나 자신의 작품을 parody하지 말아야 합니다.
뼈를 깎는 고통속에서 일품의 창작의 완성을 위해 mannerism에 빠지지 않도록 합시다.  
 
 
중국 산동성 미술가들과 한국 세미협의 현대미술교류전이
양국 미술문화가 더욱 발전하는 교류와 소통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一衣帶水 友誼長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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