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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8-05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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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정선규
 조회 : 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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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서
海 月 정선규
부부는 오늘도 산책에 나섰다
가을 햇살이 가득한 동네 어귀를 지나
건너편으로 김밥 천국 간판이 보인다
소소하게 떨어진 플라타너스 나뭇잎이
가게 앞에서 덩그럴 덩그럴 바람에 질 척 인다
게 중에 어느 것은 반쯤 말린 채 엉성하게 주먹을 쥐고 있고
어느 것은 빈 주먹을 꼭 쥐고 서성인다
"아니 누가 남의 가게 앞에서 시위하는 거야"
화가 난 주인아저씨 밖으로 뛰쳐나왔다
아내의 꿈자리가 들썩인다
아내는 김밥집을 하고 싶어했다
어쩌다 입맛이 없으면 아내는 김밥을 만들었다
남편은 아내의 애 식 가였다
아그작 아그작 두 번 다시 못 먹을 것처럼 먹어댔다
그런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는 좀 덜떨어진 여자처럼 수다를 떨었다
"여보 고마워요. 당신이 이렇게 잘 먹어줘서 고마워요. 고마워요"
남편은 넌지시 아내를 비켜 말 한마디 던진다
"나중에 나하고 당신 죽어서 천국에 가면 못 먹잖아
난 당신이 내게 차려주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하늘에 소망을 두지
그날에는 두 번 다시 당신이 나한테 해주고 싶어
안달해도 그때는 못해줘요."
입가에 사르르 흘러내리는 미소가 물안개처럼 피었다
남편은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덩그러니 말린 나뭇잎을 보며 아내에게 전한다
"저 플라타너스 아래에서 김밥 장사할까
고즈넉한 누군가의 발아래 놓여 소생하는
만물의 계단 아래에서 복되게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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