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書畵 雲谷 姜張遠

 

 
작성일 : 08-05-15 03:09
내가 달마가 되지 않으면 달마는 그려지지 않았다.(현대불교)
 글쓴이 : 운곡
조회 : 2,923  

 


1996년도 현대불교 신문 기고 게재 


- “ 내가 달마가 되지 않으면 달마는 그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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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의 내 고향마을에는 절이 있었다. 쌍계사였는데 어린시절 그 절에 가면 나는 벽화에 무척 관심을 많이 가졌었다. ‘어떻게 저런 그림이 벽에 그려질 수 있을까’하는 경외감 때문이었다.


그 놀라운 감동에서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한곳이 있다. 쌍계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운림산방이 있었다. 남종문인화를 꽃피운 소치 허유선생이 살던 곳이다.


그러니까 나는 쌍계사와 운림산방이라는 어릴적의 환경에서 동양화가의 꿈을 키워 온 것이다. 매우 자연스럽게 말이다. 학창시절부터 그림을 그렸지만 불교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것은 30대에 들면서부터다. 화론을 배우고 공부하면서 동양화의 뿌리는 불교미술을 벗어나서 찾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어린시절 쌍계사 벽화가 새롭게 떠올랐지만 이미 쌍계사에는 어린시절에 본 벽화는 없어진 상태였다.


지난봄 나는 개인전을 가졌었다. 달마도와 심우도를 내놓았었는데 나는 달마도를 준비하며


불자로서의 길을 많이 생각했다. 달마도는 오래전부터 그려 왔지만 전시회에 내놓는 것은 3년전부터 기획했다. 108점을 그려 전시회에 내놓자는 생각이었는데 쉽지 않았다. 그리는 일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리는 과정에서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어려웠다. 달마도를 그리는 날에는 밤11시에 잠을 잤다. 그리고 새벽 2시반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참선을 했다. 마음의 도를 이룬 달마를 그리는데 나는 그 마음의 도를 이루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내가 달마가 되지 않으면 내 손에서는 달마가 그려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달마를 화두로 참선을 했던 것이다.


때로는 나 스스로도 모를 힘에 의해 달마도가 그려졌고 때로는 며칠을 그리지 못하기도 했다. 달마는 쉽게 나를 만나주지 않았기에 쉽게 그의 곁으로 갈 수 없었던 것이다. 3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나서 나는 108점의 달마도를 얻을 수 있었다. 전시회에 다 내놓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 그림들은 내가 달마를 찾아 떠났던 여러날들의 여행에서 얻은 귀한 보람이었다.그 전시회의 도록을 만들며 나는 달마도의 세계에 대해 글을 썼다. 그 글을 쓰기 위해서도 나는 달마를 찾아 다녀야 했다. 이런저런 자료들을 모으면서 나는 달마가 얼마나 큰 인물인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적인 불교미술의 길을 찾으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사찰을 찾아가면 나는 벽화를 유심히 본다. 국내에서나 중국 등의 나라를 가면 사찰의 벽화를 유심히 보는데 안타까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사찰 벽화는 아주 오래전 것이 아니고는 모두가 조악하기 짝이 없다. 벽화전문인이 없는 실정이 벽화에 가장 잘 드러나 있는 것이다.


내가 한국화를 그리면서 선화와 사찰 벽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불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후세에 길이 남을 우리시대의 걸작이 사찰 벽마다 가득가득 그려졌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나도 그런 일에 그림 그리는 일을 회향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큰 탓이다.


달마를 만나기 어렵고 심우도를 그리며 나의 소를 찾기가 어렵다. 정말 나도 불자인가라는 회의적인 상념에 빠질 때도 있다. 그래도 그 회의에서 새로운 용기를 얻는 것은 달마와 심우도 속의 소가 있기 때문이다. 가까이 갈 수록 달마는 멀어져 가도 나는 간 것만큼의 달마를 만난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의 불심을 가늠하는 일도 부질 없음을 깨달았다. ‘초발심시변정각’이란 말이 있듯 처음 내가 달마를 만나고자 했던 용기를 생각하고 어릴적 쌍계사와 운림산방의 풍치를 생각하며 나는 오늘도 달마를 만나러 떠난다.


새벽 참선을 하고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속에 앉으면 달마는 그 부리부리한 눈으로 나를 쏘아보며 뇌성벽력을 지르는 것 같다. “네가 나를 아느냐”고 말이다. 그래도 나는 달마를 찾아 나선다.


 


화문집 비원을 발행하며 달마도와 심우도를 수록하여 불교방송 출연-


현대불교 신문사의 원고 청탁을 받아 기고했던 글로 당시 신문에 게재된 것을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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