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모연-沙上暮烟-/小痴 許維-/意譯글그림-雲谷강장원 

 

 
  
沙上孤村在-사상고촌재 
往來樵徑微-왕래초경미 
暮烟生淡泊-모연생담박 
畵思自依依-화사자의의 


沙村의 저녁노을 


모래밭 위 외딴 마을 
나무꾼 다니는 길 희미한데 
저녁노을 담박하게 피어오르니 
그림 그릴 생각 절로 나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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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진도의 사상마을(沙上邨)은 나중에 <비끼 내>라는 
옛 이름를 의역(意譯)하여 사천리(斜川里)로 기록되고 불려 왔으나 
소치 선생은 이미 <비끼 내 마을>을 사상리(沙上里)로 불렀었던가 보다. 


뒷날에 행정상 마을 이름을 斜上里와 斜下里로 나뉘어 불렸기 때문이다. 


유년기의 내 고향마을 사상리는 고즈넉한 초가지붕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산골 마을이었다. 
서쪽 하늘에 뉘엿뉘엿 해가 질 때면 집집이 저녁밥 짓는 하얀 연기가 
안개가 되어 깔리고- 구수한 밥 냄새며 
읍내 장에서 사온 소금에 절인 간고등어를 숯불에 굽는 냄새와- 
가끔은 가랑 파 잘게 썰어 넣어 끓이는 고깃국 냄새며- 

 
허기지고 시장해서 그저 밥을 배불리 먹는 것이 지극한 소망이었던 그 시절- 
모두가 가난했던 그 시절에도 
소치 선생께서는 아름다운 서화에 취해 평생을 살다 가신 걸 보면--- 
절로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에 와서야 웃으며 어린 시절의 배고팠던 얘기를 한다지만 
그 당시엔 참으로 배고픈 설움이 제일 컸기에 
식구의 수를 줄이기 위해서 아기 볼 수 있는 나이가 된 딸이 있으면 
남의 집 아이 보기로 보내졌었고 나중엔 식모살이로 
선세경(쌀등의 곡물로 일년치의 인건비를 계산하여 먼저 지급한 것)을 
받아 외지로 떠나가곤 했었다. 
요즘 어린아이들에겐 남의 나라 얘기로 들리겠지만 
그 시절의 배고팠던 얘기는 전설 같은 얘기로 남아 있게 되었다. 


소치 선생께서 사상마을의 척박한 땅을 한마디로 표현하여 
모래밭 위의 마을(沙上邨) 이라고 명명하였으니- 
실제로 우리 마을은 농토가 비옥하질 못하였다. 
항상 가난한 산골의 척박한 땅 
모래와 자갈이 많은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었던 유년의 내 고향- 
지금은 모든 풍광이 변해버린 마을이지만 
그래도 아름답고 인심 후했던 마을로 내 가슴에 남아 있다. 
(意譯,글,그림/雲谷강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