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오는 날은/양성자 

이렇게 비오는 날은 
벗님과 시골토방에 앉아 
개구리 울음소리 들어가며 
부추전을 지져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빠진 사기 그릇에 
텁텁한 막걸리 한잔 걸치며 
감나무 잎 푸르러 간것도 보고 
앞산에 묻혀진 옆집아제 멧등도 보며 
세월을 거슬러 
옛이야기에 젖어도 좋겠습니다 

이렇게 비오는 날은 
대문을 활짝 열어 
길가는 이 불러 세워 
벗을 해도 좋겠습니다 

그 동네에는 누가 장가를 갔는지 
누가 아들을 낳고 딸을 낳았는지 
또 
누가 어쩌다 죽어 버렸는지를 
처마 밑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세상살이 돌아가는 것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비 오는 날은 
뜨끈뜨끈한 부추전을 지져가며 
이 빠진 사기 그릇에 막걸리 가득 부어 
촉촉한 봄비처럼 
내 마음을 적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비오는 날은 
비를 피해 들어온 파리들이 
부추전에 앉아도 좋고 
술잔에 빠져 헤엄쳐도 좋겠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