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아이들의 ‘함께’ 꿈 찾기 -/ 김 영 죽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    


  
 요즘 대학가에서는 대학 서열화 논란이 심심찮게 일고 있다. 
서울 내에 있는 한 유명대학은 이에 대한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순수한 학문의 장(場)이 되어야 할 곳조차 이제는 ‘순위 매김’으로 가치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동안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본격적으
로 경쟁구도를 드러냈으니, 이는 학생, 학부모, 교원 모두를 향해 ‘대놓고 겨뤄볼까?’라 제안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특목고, 자사고를 향해 달려가고, 그 이후로는 1등 대학을 향해 한 
줄로 내달린다. 마치 그것이 ‘인생의 서열화’라고 굳게 믿으며 가기에 안타깝다. 다양한 진로와 개성들은 그저 하나
의 길로만 수렴된다. 


부모가 대신하려는 삶에, 아이들 자신의 꿈은 없어 


명징하게 드러나는 바는 아이들의 꿈에 ‘끼어드는’ 부모들의 그 목적이다. 나처럼 살게 하기 위해서 혹은  그렇게 
아이들을 향해 종일 ‘공부’만을 외치던 부모들은, 정작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해서 “진짜 학문을 해 보겠습니다”라
는 말하면 아연실색한다. 이에 점잖게 권유한다. 하려면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이다. 
기초과학이나 인문학은 ‘돈 안 되는 학문’, ‘불안정한 직업의 대명사’라는 불문율의 공식 때문이기도 하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진로에 대해 최소한의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히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간섭’
과 엄연히 다르다. 초등학교 과제를 ‘함께’가 아닌 ‘대신’해 주던 엄마들의 우려는 대학 입학 후까지 지속된다. 
언제까지 이들의 과제를 대신해 줄 수 있을지 본인들도 그 해답을 찾지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나처럼 
살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살아보고 싶었던 삶을 위해서라는 것. 여기에 아이들 스스로가 택한 ‘꿈’이 자
리할 공간은 없다. 아이들의 특장(特長)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조선 후기 한 가족이 있다. 아버지 족수당(足睡堂) 홍인모, 어머니 영수합(令壽閤) 서씨, 그리고 세 아들 홍석주, 
홍길주, 홍현주와 두 딸. 세칭 당대 최고의 명문가라는 영예 외에 이들이 주목받았던 이유는 바로 일상의 지적 유희
를 공유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소소한 가족 시회(詩會)를 열었고 이는 『가정창수록(家庭唱酬錄)』을 제작하는 데
까지 이르렀다. 여기엔 이 모임을 이끌어 간 부모의 노력이 크다.   그 시기엔 녹록치 않았을 여인들의 문학 활동이 
녹아 있기에 더욱 가치가 있다. 그러나 모든 벌열 가문들이 이런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예나 지금이
나 진정한 자녀 교육은 ‘대신’해 주기보다 ‘함께’ 하는데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가.  (부모가) 꿈에 그리던 아이비리그에서 유학한 아이들 44%가 스스로 에세이를 해결하지 
못해 졸업조차 어렵다는 사실을 외면할 것인가. 


남의 꿈이 아닌 자신의 꿈을 찾도록 도와야 


  몇 년 동안 전례 없는 취업난이 지속되고 있다. 
유사 이래, 이렇게 좋은 스펙[specification]으로 이렇게 취업이 어려운 시절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여러 갈래의 길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에게 여유가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인문학 전공자 태반이 경영학을 복수전공으로 택하는 현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들은 자라면서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천천히 살필 물리적 시간이 없었다. 이들에게 자신
의 꿈을 꿀 기회를 주는 것은 학부모가 할 도리라 생각한다. 아이들에게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말이 식상하게 들
리는 것일까? 그렇다면 좀 더 강하게 ‘부모들은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줄 의무가 있다’고 말해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