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書畵 雲谷 姜張遠

 

 
작성일 : 15-05-13 18:17
[詩意圖-시와 그림]최치원 「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 최북 <계류도>
 글쓴이 : 운곡
조회 : 600  
  • 최치원 「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 최북 <계류도>
  •   
    서늘한 계곡물소리 늙은 소나무가 듣고있네
     
    이제까지 시의도를 소개하며 대략 어느 시대에 어느 지점쯤에서 발화해 어떤 주역들을 통해 확산, 유행되었는지를 소개했다. 그런데
    시의도 속의 당시나 송시가 당시의 시단과 어떤 관계였는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당시 시단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도 시의도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한 방편이 될 것이다.
    서울대 민병수 명예교수의『한국한시사(韓國漢詩 史)』에 따르면 당시 시단의 지형도는 다음과 같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상처가 치유된 이후 조선 시단은 크게 몇 가지 경향이 등장했다.
    하나는 잘 알다시피 백악 시단의 활동이다.
    김창협, 김창협 형제가 주도한 이 시단은 새로운 시세계를 지향했하면서 진시(眞詩)운동이라고 불렸다.
    이들 문하에 겸재의 친구 이병연을 비롯해 김시민, 유척기, 홍세태 등이 활동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낭만적인 악부시풍으로 세속을 노래한 신유한, 신광수, 홍양등, 최성대 등으로 이들의 풍류시는 정조를  
    정점으로 단원과도 가까웠던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등에게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거론할 수 있는 경향이
    홍세태, 조수삼 등 중인 시인의 출현과 활약이다.

    그리고 이런 새로운 경향을 출현하게 된 바탕으로 두 번 전란으로 소실된 시작(詩作)관련 자료의 재정리 사업을 꼽을 수 있다. 즉 시집이 다시 출간되고 시화(詩話)를 창작하거나 시화총집 등이 다수 간행됐다.

    시의도 유행의 시기에 半위항시인의 대접을 받으며 직업화가로 활동한 이가 최북이다.   
    그는 천수경이 지은 중인 시집인 『풍요속선』에 시가 3수 수록돼 있다.
    시인으로서 그는 앞서 두 번째 경향이 시인들과 가까웠다고 말할 수 있다.
    이들 가운데 안산을 중심으로 한 표암 강세황 그룹과 교류가 있었던 신광수과는 동갑으로 특히 가까웠다.

    최북은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이 무렵에 나온 여러 시화집(시에 관한 일화나 역사 또는 유명시를 소개한 글)을 접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렇게 상상하고픈 시의도가 있다. 그가 그린 <계류도>이다.  
    여기에는 최치원의 시「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의 한 구절 적혀있다.
    최치원은 이 무렵에 간행된 시화집에는 어디서나 ‘우리나라 문장은 최치원에서 처음으로 발휘되었다
    (我國文章 始發爲於崔致遠)’라는 식으로 소개돼있다.


    최북 <계류도> 지본담채 28.2x33.3cm 고려대박물관


    <계류도> 는 물이 흐르는 평범한 계곡만을 떠내서 클로즈업해 그린 것이다.  
    높은 주산이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멀리 푸른 산이 보이는 남종화풍의 그림과는 전혀 다르다.
    양쪽 얕은 둔덕은 피마준과 윤곽선을 따라 먹 점을 찍어 전체의 입체감을 살렸다.
    물속에는 먹으로 검은 바위를 크게 묘사했는데 이는 조선 초기부터 내려오는 전통적 표현법이기도 하다.
    물줄기가 흘러나오는 곳쯤에 짙은 안개가 피어나는 것으로 처리해 계곡 주변의 높은 산을 보는 사람의 상상에 맡겼다.

    그리고 아래쪽에 칠언절수의 두 행을 적었다. ‘却恐是非聲到耳 故敎流水盡聾山(각공시비성도이 고교유수진농산)’이다.
     ‘농(聾)’자 옆에는 점을 찍고 다시 ‘농(籠)’으로 고쳐 적었다.
    이는 ‘시비 소리 귀에 들릴까 오히려 두려워 흐르는 물로 하여금 온통 산을 둘러쳤다’라는 뜻인데 처음의 농(聾) 자로 한다면 산을 귀먹게 한다가 돼서 뜻이 통하지 않게 된다. 원래 시는 이렇다.

    狂噴疊石吼重蠻 광분첩석후중만
    人語難分咫尺間 인어난분지척간
    常恐是非聲到耳 상공시비성도이
    故敎流水盡籠山 고교유수진농산

    미친 물 바위 치며 산을 울리어
    지척에서 하는 말도 분간 못 하네
    늘 세상의 시비소리 귀에 들릴까
    흐르는 물을 시켜 산을 감쌌네

    이은상 선생의 번역인데 최북은 상(常)자 대신 각(却)를 썼다.
    최치원의 이 시는 그가 귀국 후 벼슬을 버리고 한 때 들어가 지내던 가야산 홍류동 계곡의 바위 위에 새겨져 있다.
    멀리 백두산과 일본까지 여행했던 최북은 어느 때 해인사와 이곳 홍류동 계곡을 찾은 듯하다.
    그래서 계곡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고 이 바위에 써있는 각석 글자를 시로 그림 속에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제가야산독서당 각석

    아마 최북은 이 기행에 대해 주변에 여러 얘기를 남긴 듯 표암을 사이에 두고 최북과의 교유가 있었던 단원에게도 이 시를 글로 남긴 것이 있다. 아들 김양기가 엮은 『단원유묵첩』에는 이 시를 그대로 적고 나서 ‘단원 졸서(檀園拙書)’라고 사인한 것이 있다.
    물론 단원에게는 이 일대를 여행한 이력이 있다.
    그는 44살 1788년에 정조에게 선배인 김응환과 함께 금강산과 영동 9개군의 명산을 사생해오라는 명을 받았다.

     

    김홍도 『단원유묵첩』 9쪽 최치원시 지본묵서 33x44cm 국립중앙박물관

    단원의 영동 9개군 스케치 여행코스는 현재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가야산을 들렀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 정확한 진위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여기저기 이야기를 하고 다녔을 최북의 얘기쪽이 더 가능성이 높기도 하다.

    최북이 조선의 시인 최치원 시를 그림으로 그린 것은 꼭 기행의 결과만은 아닐 것이다.
    그는 그 이전에 조선 사정을 시로 읊은 분위기에 익숙한 시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앞서의 『풍요속선』의 편자이자 당시 장안에서 이름난 중인시사인 송석원 시사를 이끈 천수경(千壽慶)과도 절친했다.
    『풍요속선』에 들어가 있는 3수 중 한 수인 「추회(秋懷)」는 천수경의 집에서 지은 시라고 전한다.
    (최북의 죽은 훨씬 뒤의 일이지만 단원은 인왕산 아래 천수경집 후원 송석원에서 열린 시모임을 그린 그림이 있다)
     참고로 「추회」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白麓城邊落日斜 백록성변낙일사
    數株黃葉是吾家 수주황엽시오가
    今年八月淸霜早 금년팔월청상조
    籬菊生心已作花 이국생심이작화

    백록성 주변에 해 넘어가는데
    두어 그루 단풍나무 아래가 바로 우리 집일세
    금년 팔월에 서리가 일찍 내려
    울타리 밑 국화는 벌써 꽃을 피웠네

    이처럼 시인이었던 최북인만큼 조선 시를 소재로 한 시의도도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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