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書畵 雲谷 姜張遠

 

 
작성일 : 10-12-28 20:55
춘향전 완판본
 글쓴이 : 운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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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판본 열녀 춘향 수절가』           -작자 미상-  


 


숙종대왕 즉위 초에 성덕(임금의 덕)이 넓으시사 성자성손(성과 덕을 갖춘 임금의 어진 자손)은 계계승승하사 금고(군중에서 치는 쇠붙이와 북) 옥적(옥으로 만든 피리)은 요순 시절이요 의관 문물(그 나라 사람들의 옷차림새 및 인문 방면과 물질 방면의 모든 사항)은 우탕(중국 고대의 성군으로 우왕과 탕왕)의 버금이라. 좌우보필은 주석지신(나라에 아주 중요한 신하를 기둥과 주춧돌에 비유해서 이르는 말)이요 용양호위(용처럼 뛰어오르고 호랑이처럼 지킴)는 간성지장(국가를 위하여 방패가 되고 성이 되어 외적을 막는 장수)이라. 조정에 흐르는 덕화, 향곡(시골 구석)에 퍼졌으니 사해 굳은 기운이 원근에 어려 있다. 충신은 만조(조정에 가득 참)하고 효자 열녀 가가재(집집마다 있음)라. 미재미재(아름답고 아름답도다)라 우순풍조(비와 바람이 때를 어기지 아니하고 순조로움)하니 함포고복(배불리 먹고 배를 두드리며 즐겁게 지냄) 백성들은 처처에 격양가(농부가 태평한 세월을 읊은 노래)라.


이 때 전라도 남원부에 월매라 하는 기생이 있으되 삼남(충청도, 경상도, 전라도의 총칭)의 명기(가무에 능하고 용모가 뛰어난 이름난 기생)로서 일찍이 퇴기(기생의 자리를 물러남)하여 성가(成哥)라 하는 양반을 데리고 세월을 보내되 연장사순(나이가 장차 마흔 살이 됨)을 당하여 일점 혈육이 없어 일로 한이 되어 장탄수심에 병이 되겠구나. 일일은 크게 깨쳐 옛사람을 생각하고 가군(남편)을 청입(들어오기를 청함)하여 여쭈오되 공순히 하는 말이,


"들으시오. 전생에 무슨 은혜 끼쳤던지 이생에 부부 되어 창기 행실 다 버리고 예모(예절을 지키는 모양)도 숭상하고 여공(여자들이 하는 길쌈질 따위)도 힘썼건만 무슨 죄가 진중하여 일점 혈육이 없으니 육친무족(가까운 피붙이가 하나도 없음) 우리 신세 선영향화(조상의 제사를 받듦) 누가 하며 사후감장(죽은 뒤 자손들이 장사를 치름) 어이 하리. 명산대찰에 신공(신에게 드리는 공덕)이나 하여 남녀간 낳게 되면 평생 한을 풀 것이니 가군의 뜻이 어떠하오?"


성참판 하는 말이,


"일생 신세 생각하면 자네 말이 당연하나 빌어서 자식을 낳을진대 무자(無子)할 사람이 있으리오."


하니 월매 대답하되,


"천하대성(天下大聖) 공부자(공자의 높임말)도 이구산에 빌으시고 정나라(춘추전국시대의 한 나라) 정자산(춘추시대 정나라의 재상 곤손교)은 우형산에 빌어 나계시고, 아동방(우리나라를 일컬음) 강산을 이를진대 명산대천이 없을소냐. 경상도 웅천 주천의는 늦도록 자녀 없어 최고봉에 빌었더니 대명천자 나계시사 대명천지 밝았으니 우리도 정성이라 드려 보사이다."


공든 탑이 무너지며 심은 나무 꺾일소냐. 이 날부터 목욕재계 정히 하고 명산승지 찾아갈 제 오작교(광한루 안에 있는 조그만 다리) 썩 나서서 좌우산천 둘러 보니 서북의 교룡산(남원에 있는 산)은 술해방(서북쪽)을 막아 있고 동으로는 장림(길게 이어 있는 숲) 수풀 깊은 곳에 선원사는 은은히 보이고 남으로는 지리산이 웅장한데 그 가운데 요천수는 일대 장강벽파(긴 강의 푸른 물결)되어 동남으로 둘렀으니 별유건곤(신선들이 산다는 세계) 여기로다. 청림(靑林)을 더위잡고(높은 데로 올라가려고 무엇을 끌어 잡다) 산수를 밟아 들어가니 지리산이 여기로다. 반야봉 올라 서서 사면을 둘러보니 명산대천 완연하다. 상봉에 단을 모야 제물을 진설하고(음식을 상에 차리어 놓음), 단하에 복지(땅에 엎드림)하여 천신만고 빌었더니 산신님의 덕이신 지 이 때는 오월 오일 갑자라. 한 꿈을 얻으니 서기(상서러운 기운) 반공(공중에 서려 있음)하고, 오채(다섯 가지의 채색) 영롱하더니 일위 선녀(한 사람의 선녀) 청학을 타고 오는데 머리에 화관이요 몸에는 채의(彩衣)로다. 월패(가슴이나 허리에 차는 패옥의 한 가지) 소리 쟁쟁하고 손에는 계화일지(계수나무 꽃 한 가지)를 들고 당에 오르며 거수장읍(두 손을 잡아 높이 들고 허리를 굽히는 예)하고 공순히 여쭈오되,


"낙포(낙신, 낙수의 귀신으로 복희씨의 딸 복비가 낙수에 빠져 죽은 넋이라 함.)의 딸이더니 반도(선경에 있다는 큰 복숭아) 진상 옥경(옥황상제가 산다고 하는 가상의 서울) 갔다 광한전(달의 궁전)에서 적송자(고대의 신선 이름) 만나 미진정회(정회를 다 풀지 못함) 하던 차에 시만(시간이 지체되어 늦어짐) 함이 죄가 되어 상제 대로하사 진토(인간 세상)에 내치시매 갈 바를 모르더니 두류산(지리산) 신령께서 부인 댁으로 지시하기로 왔사오니 어여비 여기소서."


하며 품으로 달려들 새 학지고성은 장경고(학의 울음소리가 높은 것은 목이 길기 때문임)라. 학의 소리에 놀라 깨니 남가일몽이라. 황홀한 정신을 진정하여 가군과 몽사를 설화(이야기를 나눔)하고 천행으로 남자를 낳을까 기다리더니 과연 그 달부터 태기 있어 십삭(열 달)이 당하매 일일은 향기 만실(방에 가득참)하고 채운이 영롱하더니 혼미 중에 생산하니 일개 옥녀(玉女)를 낳았으니 월매의 일구월심(날이 오래고 달이 깊어짐) 바라던 마음 남자는 못 낳았으되 잠깐동안 풀리는구나. 그 사랑함은 어찌 다 형언하리. 이름은 춘향이라 부르면서 장중보옥(손 안의 귀한 보물)같이 길러내니 효행이 무쌍이요 인자함이 기린이라. 칠팔 세 되매 서책에 착미(맛을 붙임, 취미를 붙임)하여 예모 정절을 일삼으니 효행을 일읍(온 읍, 즉 온 마을)이 칭송치 아니할 이 없더라.


이 때 삼청동 이한림(이씨 성을 가진 한림. 한림은 예문관의 정구품 벼슬)이라 하는 양반이 있으되 세대명가(대대로 내려오는 명문가)요 충신의 후예라. 일일은 전하께오서 충효록을 올려 보시고 충효자를 택출(가리어 뽑음)하사 자목지관(백성을 사랑하여 다스리는 지방의 원이나 수령) 임용하실 새 이한림으로 과천 현감(작은 현의 원)에 금산 군수 이배(벼슬아치가 전근 명령을 받음)하여 남원 부사 제수하시니 이한림이 사은숙배(임금의 은혜를 사례하여 공손하게 절함) 하직하고 치행(행장을 차림)차려 남원부에 도임하여 선치민정(善治民情)하니 사방에 일이 없고 방곡의 백성들은 더디 옴을 칭송한다. 강구연월문동요(태평한 시대에 아이들의 노래소리가 들림)라. 시화연풍(나라가 태평하고 해마다 곡식이 잘됨)하고 백성이 효도하니 요순시절이라.


이 때는 어느 때뇨. 놀기 좋은 삼촌(봄의 석달)이라. 호연(명매기과에 딸린 새) 비조(자주호반새) 뭇 새들은 농초화답(풀을 희롱하며 소리로써 서로 응답함) 짝을 지어 쌍거쌍래 날아들어 온갖 춘정 다투는데 남산화발북산홍(남쪽 산에 꽃이 피니 북쪽 산도 붉어진다)과 천사만사수양지(천 갈래 만 갈래의 버드나무 가지)에 황금조(노랑딱새)는 벗 부른다. 나무 나무 성림(숲을 이룸)하고 두견 접동 다 지나니 일년지가절이라.


이 때 사또 자제 이도령이 연광(나이)은 이팔이요 풍채는 두목지(당나라 시인 두목)라. 도량은 창해 같고 지혜 활달하고 문장은 이백이요 필법은 왕희지라. 일일은 방자 불러 말씀하되,


"이 골 경처(아름다운 경치를 이룬 곳) 어디메냐? 시흥춘흥(詩興春興) 도도하니 절승경처 말하여라."


방자놈 여쭈오되


"글 공부 하시는 도련님이 경처 찾아 부질없소."


이도령 이르는 말이


" 너 무식한 말이로다. 자고로 문장재사(文章才士)도 절승강산 구경하기는 풍월작문 근본이라. 신선도 두루 놀아 박람(博覽)하니 어이하여 부당하랴. 사마장경(사마상여로 전한시대의 문인)이 남으로 강호에 떠 있다 대강(大江)을 거스를 제 광랑성파(미친 듯이 거센 물결과 파도)에 음풍(음랭한 겨울 바람)이 노호(성내어 부르짖음)하여, 예로부터 가르치니 천지간 만물지변이 놀랍고 즐겁고도 고운 것이 글 아닌 게 없느니라. 시중천자(시로써는 천자라고 할 만함) 이태백은 채석강에서 놀았었고, 적벽강 추야월에 소동파(소식) 놀았었고, 심양강 명월에 백낙천(당나라 때 시인인 백거이) 놀았었고, 보은 속리 문장대에 세조대왕 놀으셨으니, 아니 놀든 못하리라."


이 때 방자 도련님 뜻을 받아 사방 경개 말씀하되,


"서울로 이를진대 자문(자하문의 준말로, 북악과 인왕의 사이에 있는 성문) 밖 칠성암 청련암 세검정과 평양 연광정 대동루 모란봉, 양양 낙선대, 보은 속리 문장 안의 수승대,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가 어떠한지 모르오나, 전라도로 이를진대 태인 피향정 무주 한풍루 전주 한벽루 좋사오나, 남원 경처 들어보시오. 동문 밖 나가시면 장림 숲 선원사 좋사옵고, 서문 밖 나가시면 관왕묘(관우의 영정을 모신 사당)는 천고 영웅 엄한 위풍 어제 오늘 같사옵고, 남문 밖 나가시면 광한루 오작교 영주각(광한루 옆에 있는 누각) 좋사옵고, 북문 밖 나가시면 청천삭출(푸른 하늘에 깎은 듯이 돌출해 있음) 금부용(햇빛에 비치는 수려한 고산) 기벽하여(남에게 굽히지 않으려는 성질) 우뚝 섰으니 기암 둥실 교룡산성(남원 서쪽 7리밖에 있는 산) 좋사오니 처분대로 가사이다."


도련님 이르는 말씀이


"이 애, 말로 들어보더라도 광한루 오작교가 경개로다. 구경가자."


도련님 거동 보소. 사또전 들어가서 공순히 여쭈오되,


"금일 일기 화난(날씨가 화창하고 따뜻함)하오니 잠깐 나가 풍월음영 시 운목(같은 운자를 끝 자로 해서 한두 자 혹은 석 자로 된 어구)도 생각하고자 싶으오니 순성(성을 한 바퀴 돌아 봄)이나 하여이다."


사또 대희하여 허락하시고 말씀하시되


"남주 풍물을 구경하고 돌아오되 시제(詩題)를 생각하라."


도령 대답


"부교(父敎)대로 하오리다.


물러나와


"방자야, 나귀 안장 지워라."


방자 분부 듣고 나귀 안장 지운다. 나귀 안장 지울 제 홍영(붉은 색의 가슴걸이) 자공(자주 빛깔의 재갈) 산호편(산호로 만든 좋은 채찍) 옥안(좋은 안장) 금천(비단으로 만든 언치) 황금록(황금으로 만든 좋은 굴레) 청홍사 고운 굴레 주락상모(벼슬아치가 타던 말 머리의 꾸밈새) 더뻑(헤아리지 않고 경솔히 덮치 듯이 행동하는 모양) 달아 층층 다래(말의 배 양 쪽에 달아서 튀는 흙을 막는 제구) 은엽등자(은엽으로 만든 등자(말을 탔을 때 두 발로 디디는 제구)) 호피도담(호랑이 가죽으로 만든 안장)에 전후걸이 줄방울을 염불법사 염주 매달 듯


"나귀 등대하였소."


도련님 거동 보소. 옥안선풍(玉顔仙風) 고운 얼굴 전반같은(땋아 늘인 머리채가 숱이 많고 치렁치렁함을 말함) 채머리 곱게 빗어 밀기름에 잠재워 궁초댕기(궁초(비단)로 만든 댕기) 석황(천연으로 나는 비소의 화합물) 물려 맵시 있게 잡아 땋고 성천수주(성천지방에서 나는 수화주(좋은 비단)) 접동베 세백저(올이 가는 흰 모시) 상침(옷의 가장자리를 실밥이 드러나 보이게 꿰메는 것을 말함) 바지 극상 세목(최고로 좋은 올이 가는 무명) 겹버선에 남갑사(남빛 갑사) 대님 치고 육사단(비단 이름) 겹배자(소매가 없는 덧저고리) 밀화(밀과 비슷한 빛깔의 누른 호박의 한 가지) 단추 달아 입고 통행전(아래에 귀가 달리지 않은 예사 행전. 행전은 바지, 고의를 입을 때 정강이에 감아 무릎 아래에 매는 물건)을 무릎 아래 넌지시 매고 영초단(중국에서 나는 비단의 한 가지) 허리띠 모초단(날은 가늘고 씨는 굵은 올로 짠 비단의 한 가지) 도리낭을 당팔사(중국에서 생산된 여덟 가닥으로 드리운 끈) 갖은 매듭 고를 내어 넌지시 매고 쌍문초(중국에서 나는 비단의 한 가지) 긴 동정 중치막(소매가 넓고 길며 옆이 터지고 네 폭으로 된, 옛날 남자가 입던 웃옷의 한 가지)에 도포 받쳐 흑사(黑絲) 띠를 흉중에 눌러 매고 육분 당혜(앞뒤에 고추 모양을 그린 가죽신의 한 가지) 끌면서


"나귀를 붙들어라."


등자 딛고 선뜻 올라 뒤를 싸고 나오실 제 통인(지방관청에 딸려 잔심부름을 하던 사람) 하나 뒤를 따라 삼문 밖 나올 적에 쇠금부채(금물을 입힌 부채) 호당선(중국에서 나는 부채)으로 일광을 가리우고 관도 성남 넓은 길에 생기 있게 나갈 제 취래양주(두목이 술에 취해서 수레를 타고 양주를 지나매 그의 풍채를 연모하던 기생들이 귤을 던져 수레에 가득 차게 되었다는 이야기)하던 두목지의 풍챌런가. 시시오불(주유의 돌아봄을 얻기 위하여 일부러 곡조를 잘못 연주함)하던 주랑(주유)의 고음(음을 돌아봄)이라. 향가자맥춘성내요 만성군자수불애라(향기로운 읍내의 거리 봄성 안에 있으니, 뭇 백성과 군자 누군들 사랑하지 않겠는가). 광한루 섭적 올라 사면을 살펴보니 경개가 장히 좋다. 적성(순창 지방에 있는 적성산) 아침 늦은 안개 떠 있고 녹수(綠樹)에 저문 봄은 화류동풍(花柳東風) 둘러 있다. 자각단루분조요요 벽방금전상영롱(온갖 붉은 누각들은 어지럽게 빛나고 푸른 가옥과 비단 궁전은 서로 찬란하게 빛난다)은 임고대(높은 누대에 임해 있음)를 이르는 것이고 요헌기구하처요(아름다운 처마와 서까래가 먼 데서도 빛남)는 광한루를 이르는 것이라. 악양루 고소대(오나라의 서울에 있는 대)와 오초(오나라와 초나라의 지역) 동남수(東南水)는 동정호로 흐르고 연자(누대 이름) 서북의 패택(풀이 우거진 얕은 못)이 완연한데 또 한 곳 바라보니 백백홍홍(흰 꽃과 붉은 꽃) 난만 중에 앵무 공작 날아들고 산천 경개 둘러보니 에굽은 반송솔(소나무 이름) 떡갈잎은 아주 춘풍 못 이기어 흐늘흐늘 폭포 유수 시냇가의 계변화(시냇가에 피는 꽃)는 뻥긋뻥긋 낙락장송 울울하고 녹음방초승화시(녹음과 향기로운 풀이 꽃보다 나을 때)라. 계수(桂樹) 자단(紫壇) 모란 벽도(碧桃)에 취한 산색 장강(長江) 요천(남원에 있는 강 이름)에 풍덩실 잠겨 있고 또 한 곳 바라보니 어떠한 일 미인이 봉새 울음 한가지로 온갖 춘정(春情) 못 이기어 두견화 질끈 꺾어 머리에도 꽂아 보며 함박꽃도 질끈 꺾어 입에 함쑥 물어 보고 옥수나삼(곱게 수놓은 비단 적삼) 반만 걷고 청산유수 맑은 물에 손도 씻고 발도 씻고 물 머금어 양수(양치질)하며 조약돌 덥석 쥐어 버들까지 꾀꼬리를 희롱하니 타기황앵(꾀꼬리를 돌려 쳐서 날아가게 함)이 아니냐. 버들잎도 죽죽 훑어 물에 훨훨 띄워 보 고 백설같은 흰나비 웅봉자접(수펄과 암나비)은 화수(꽃술) 물고 너울너울 춤을 춘다. 황금같은 꾀꼬리는 숲숲이 날아든다. 광한 진경 좋거니와 오작교가 더욱 좋다. 방가위지(바야흐로 이를 만함) 호남의 제일성이로다. 오작교 분명하면 견우직녀 어디 있나. 이런 승지에 풍월이 없을소냐. 도련님이 글 두 귀를 지었으되,


"고명오작선(高明烏鵲船)이요 광한옥계루(廣寒玉階樓)라. : 높고 밝은 오작의 배에 광한루 옥섬돌


 차문천상수직녀(借問天上誰織女)요 지홍금일아견우(至興今日我牽牛)라."  : 감히 묻노니 하늘의 직녀 누구인가 지극히 흥겨운 오늘 내가 바로 견우일세.


이 때 내아(지방 관청의 안채)에서 잡술상이 나오거늘 일배주 먹은 후에 통인 방자 물려주고 취흥이 도도하여 담배 피워 입에다 물고 이리저리 거닐 제 경처(景處)의 흥에 겨워 충청도 고마 수영 보련암을 일렀은들 이 곳 경처 당할 소냐. 붉을 단(丹) 푸를 청(靑) 흰 백(白) 붉을 홍(紅) 고을고을이 단청 유막 황앵환우성(버들 장막에서 꾀꼬리가 벗을 부르는 소리)은 나의 춘흥 도와 낸다. 황봉백접(노랑 벌과 흰 나비) 왕나비는 향기 찾는 거동이라. 비거비래춘성내(날아가고 날아오니 봄성의 안이요)요 영주 방장 봉래산이 안하(眼下)에 가까우니 물은 보니 은하수요 경개는 잠깐 옥경이라. 옥경이 분명하면 월궁(月宮) 항아(남편이 비장한 불사약을 훔쳐 가지고 달로 달아났다는 예의 아내) 없을소냐.


이 때는 삼월이라. 일렀으되 오월 단오일이렷다. 천중지가절(단오)이라. 이때 월매 딸 춘향이도 또한 시서음율(詩書音律)이 능통하니 천중절을 모를 소냐. 추천(그네뛰기)을 하려고 향단이 앞세우고 내려올 제 난초같이 고운 머리 두 귀를 눌러 곱게 땋아 금봉채(금으로 봉황을 새긴 비녀)을 정제하고 나군(엷은 비단 치마)을 두른 허리 미양의 가는 버들 힘이 없이 드리운 듯 아름답고 고운 태도 아장 걸어 흐늘 걸어 가만가만 나올 적에 장림 속으로 들어가니 녹음방초 우거져 금잔디 좌르륵 깔린 곳에 황금같은 꾀꼬리는 쌍거쌍래 날아들제 무성한 버들 백척장고(백자나 되는 높은 곳) 높이 매고 추천을 하려 할 제 수화유문(수화주에 무늬가 있는 비단) 초록 장옷(부녀자가 나들이할 때에 머리에 써서 온 몸을 가리던 옷) 남방사(남빛 누에고치의 실을 켜서 짠 명주) 홑치마 훨훨 벗어 걸어두고 자주영초(자주빛의 영초단) 수당혜(아름답게 수놓은 당혜)를 썩썩 벗어 던져두고 백방사 진솔속곳(새 속곳) 턱 밑에 훨씬 추켜올리고 연숙마(잿물에 담갔다가 솥에 찐, 삼껍질) 추천줄을 섬섬옥수 넌지시 들어 양수(兩手)에 갈라 잡고 백릉(흰색 비단) 버선 두 발길로 섭적 올라 발구를 제 세류(가지가 가는 버드나무)같은 고운 몸을 단정히 놀리는데 뒤 단장 옥비녀 은죽절(대마디 모양으로 만들어 여자의 쪽에 꽂는 은장식품)과 앞치레 볼 것 같으면 밀화장도(밀화로 만든 장도, 즉 평복에 차는 작은 칼) 옥장도며 광원사(윤기나는 가공하지 않은 실) 겹저고리 제색 고름에 태가 난다.


"향단아 밀어라."


한 번 굴러 힘을 주며 두 번 굴러 힘을 주니 발 밑에 가는 티끌 바람 좇아 펄펄 앞 뒤 점점 멀어가니 머리 위의 나뭇잎은 몸을 따라 흔들흔들 오고갈 제 살펴보니 녹음 속의 홍상자락이 바람결에 내비치니 구만장천백운간(한없이 높고 넓은 하늘에 떠 있는 흰구름 사이)에 번갯불이 쏘는 듯 첨지재전홀언후(바라보니 앞에 있다가 갑자기 뒤에 가 있다는 뜻)라. 앞으로 얼른 하는 양은 가벼운 저 제비가 도화 일점 떨어질 제 찾으려 하고 좇는 듯 뒤로 번 듯 하는 양은 광풍에 놀란 호접(나비) 짝을 잃고 가다가 돌이키는 듯 무산선녀(무산지몽의 고사와 관련됨) 구름 타고 양대(陽臺) 상(上)에 내리는 듯 나뭇잎도 물어보고 꽃도 질끈 꺾어 머리에다 실근실근


"이 애 향단아. 그네 바람이 독하기로 정신이 어찔하냐. 그네줄 붙들어라."


붙들려고 무수히 진퇴(進退)하며 한창 이리 노닐 적에 시냇가 반석 상(上)에 옥비녀 떨어져 쟁쟁하고 비녀비녀 하는 소리 산호채(산호로 만든 비녀)를 들어 옥반(옥으로 만든 쟁반)을 깨뜨리는 듯 그 형용은 세상 인물 아니로다.


연자삼춘비거래(제비는 봄 내내 날아 다닌다)라. 이도령 마음이 울적하고 정신이 어찔하여 별 생각이 다 나것다. 혼잣말로 섬어(헛소리)하되, 오호(호주 동편에 있는 호수를 말함)에 편주(작은 배) 타고 범소백(범여를 말함)을 좇았으니 서시(오나라 임금 부차의 총희였던 월나라의 미인. 월나라가 부차에게 원수를 갚고 범여가 서시와 함께 편주를 타고 오호로 뜬 고사)도 올 리 없고 해성(한나라 유방과 항적이 싸우던 곳. 해하에 있는 섬) 월야에 옥장비가(장수가 거처하는 장막에서 부른 슬픈 노래)로 초패왕을 이별하던 우미인도 올 리 없고 단봉궐(천자의 대궐) 하직하고 백룡퇴(왕소군이 시집간 곳) 간 연후에 독류청총(홀로 푸른 무덤에 머무름)하였으니 왕소군(전한 효원제의 궁녀로 이름은 장.)도 올 리 없고 장신궁(궁전의 이름으로 한의 태후가 거처하던 곳) 깊이 닫고 백두음(악부의 곡 이름)을 읊었으니 반첩여(한 대의 여류시인)도 올 리 없고 소양궁(한나라의 성제가 세운 궁전) 아침날에 시측(측간 즉 변소에 모시고 감)하고 돌아오니 조비연(한나라 성제의 황후. 태생이 미천하나 가무에 뛰어난 절세의 미인으로서 여동생 합덕과 후궁이 되어 임금의 총애를 서로 다투었음)도 올 리 없고 낙포선녀인가 무산선녀인가. 도련님 혼비중천(혼이 중천에 날아다님)하여 일신이 고단이라. 진실로 미혼지인(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라.


"통인아"


"예."


"저 건너 화류(花柳) 중에 오락가락 희뜩희뜩 어른어른 하는 게 무엇인지 자세히 보아라."


통인이 살펴보고 여쭈오되


"다른 무엇 아니오라 이 고을 기생 월매 딸 춘향이란 계집아이로소이다."


도련님이 엉겁결에 하는 말이


"장히 좋다. 훌륭하다."


통인이 알외되,


"제 어미는 기생이오나 춘향이는 도도하여 기생 구실 마다하고 백화초엽(온갖 종류의 꽃과 풀잎)에 글자도 생각하고 여공재질(바느질이나 길쌈 등 여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술)이며 문장을 겸전(여러가지를 다 갖추어 완전함)하여 여염처자와 다름이 없나이다."


도령 허허 웃고 방자를 불러 분부하되,


"들은 즉 기생의 딸이라니 급히 가 불러오라."


방자놈 여쭈오되


"설부화용(눈처럼 흰 살갗과 꽃처럼 아름다운 얼굴)이 남방(南方)에 유명키로 방(관찰사) 첨사(무관직) 병부사 군수 현감 관장님네 엄지발가락이 두 뼘 가웃씩 되는 양반 오입장이들도 무수히 보려 하되 장강(춘추시대 위장공의 부인)의 색과 임사(주나라의 태임과 태사)의 덕행이며, 이두(이백과 두보)의 문필이며 태사의 화순심(和順心)과 이비(우순의 두 비인 아황과 여영)의 정절을 품었으니 금천하지절색(오늘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인)이요 만고여중군자(덕이 높은 여자)오니 황공하온 말씀으로 초래(불러 옴)하기 어렵나이다. "


도령 대소(大笑)하고


"방자야, 네가 물각유주(물건마다 각기 임자가 있음)를 모르는도다. 형산백옥(형산에서 나는 백옥)과 여수황금이 임자 각각 있느니라. 잔말 말고 불러오라."


방자 분부 듣고 춘향 초래 건너갈 제 맵시있는 방자 녀석 서왕모(여자 신선 이름) 요지연(요지에서 벌이던 잔치. 요지는 주나라 목왕이 서왕모와 만났다는 선경)에 편지 전하던 청조(파랑새. 동방삭이 푸른 새가 온 것을 보고 서왕모의 사자라고 한 고사에서 사자 혹은 편지를 일컬음) 같이 이리저리 건너가서,


"여봐라, 이 애 춘향아!"


부르는 소리 춘향이 깜짝 놀래어


"무슨 소리를 그 따위로 질러 사람의 정신을 놀래느냐."


"이 애야, 말 마라. 일이 났다."


"일이라니 무슨 일?"


"사또 자제 도련님이 광한루에 오셨다가 너 노는 모양 보고 불러오란 영이 났다."


춘향이 화를 내어


"네가 미친 자식이로다. 도련님이 어찌 나를 알아서 부른단 말이냐. 이 자식 네가 내 말을 종달새 열씨(삼의 씨) 까 듯 하였나보다."


"아니다, 내가 네 말을 할 리가 없으되 네가 그르지 내가 그르냐. 너 그른 내력을 들어보아라. 계집아이 행실로 추천을 할 양이면 네 집 후원 담장 안에 줄을 매고 추천하는 게 도리에 당연함이라. 광한루 멀잖고 또한 이 곳을 논할진대 녹음방초승화시(녹음과 방초와 꽃들이 한창일 때)라. 방초는 푸렀는데 앞 내 버들은 초록장(초록색 장막) 두르고 뒷 내 버들은 유록장(柳綠帳) 둘러 한 가지 늘어지고 또 한 가지 펑퍼져 광풍을 겨워(이기지 못하여) 흐늘흐늘 춤을 추는데 광한루 구경처에 그네를 매고 네가 뛸 제 외씨같은 두 발길로 백운간(白雲間)에 노닐 적에 홍상 자락이 펄펄 백방사 속곳 갈래 동남풍에 펄렁펄렁 박속같은 네 살결이 백운간에 희뜩희뜩 도련님이 보시고 너를 부르실 제 내가 무슨 말을 한단 말까. 잔말 말고 건너가자."


춘향이 대답하되


"네 말이 당연하나 오늘이 단오일이라. 비단 나 뿐이랴. 다른 집 처자들도 예 와 함께 추천하였으되 그럴 뿐 아니라 설혹 내 말을 할지라도 내가 지금 시사(아전이나 기생 등이 그 매인 관아에서 맡은 일을 치르는 것)가 아니거든 여염 사람을 호래척거(사람을 오라고 불러놓고 다시 곧 쫓아 버리는 것)로 부를 리도 없고 부른데도 갈 리도 없다. 당초에 네가 말을 잘 못 들은 바라."


방자 이면에 볶이어(속 마음에 성가시어) 광한루로 돌아와 도련님께 여쭈오니 도련님 그 말 듣고,


"기특한 사람이로다. 언즉시야(말인즉 바른 말이다)로되 다시 가 말을 하되 이리이리 하여라."


방자 전갈 모아 춘향에게 건너가니 그 새에 제 집으로 돌아갔거늘 저의 집을 찾아가니 모녀간 마주 않아 점심밥이 방장(곧 장차 시작하려고 한다는 뜻)이라. 방자 들어가니,


"너 왜 또 오느냐?"


"황송타. 도련님이 다시 전갈하시더라. '내가 너를 기생으로 앎이 아니라 들으니 네가 글을 잘 한다기로 청하노라. 여가(여염집 즉 보통 사람의 집)에 있는 처자 불러 보기 청문(들음)에 괴이하나 혐의(의심할 만한 일)로 알지 말고 잠깐 와 다녀가라' 하시더라."


춘향의 도량(사물을 너그럽게 받아들여 처리하는 품성)한 뜻이 연분되려고 그러한 지 홀연이 생각하니 갈 마음이 나되 모친의 뜻을 몰라 침음양구(무엇을 깊이 생각하느라고 한참 있음)에 말 않고 앉았더니 춘향모 썩 나 앉아 정신 없게 말을 하되,


"꿈이라 하는 것이 전수이(모두) 허사가 아니로다. 간 밤에 꿈을 꾸니 난데없는 청룡 하나 벽도지(그 가장자리에 푸른 복숭아가 서 있는 연못)에 잠겨 보이거늘 무슨 좋은 일이 있을까 하였더니 우연한 일 아니로다. 또한 들으니 사또 자제 도련님 이름이 몽룡이라 하니 꿈 몽자 용 룡자 신통하게 맞추었다. 그러나 저러나 양반이 부르시는데 아니 갈 수 있겠느냐. 잠깐 가서 다녀오라."


춘향이가 그제야 못 이기는 체로 겨우 일어나 광한루 건너갈 제 대명전(궁궐 이름) 대들보의 명매기(호연) 걸음으로 양지 마당의 씨암탉 걸음으로 백모래 바다 금자라 걸음으로 월태화용(아름다운 맵시와 얼굴) 고운 태도 완보로 건너갈 새 흐늘흐늘 월서시 토성습보(월나라의 왕 구천이 서시를 오나라의 왕 부차에게 바칠 때 예의범절을 가르치면서 토성에서 걸음걸이를 가르쳤다는 말)하던 걸음으로 흐늘거려 건너올 제 도련님 난간에 절반만 비껴 서서 완완히 바라보니 춘향이가 건너오는데 광한루에 가까운지라. 도련님 좋아라고 자세히 살펴보니 요요정정(나이가 젊어 얼굴에 화색이 도는 한편 정숙한 모양)하여 월태화용이 세상에 무쌍이라. 얼굴이 조촐하니 청강에 노는 학이 설월(雪月)에 비침 같고 단순호치(붉은 입술과 흰 이) 반개(반쯤 열다)하니 별도 같고 옥도 같다. 연지를 품은 듯 자하상(자줏빛 운기가 도는 치마) 고운 태도 어린 안개 석양에 비치는 듯 취군(푸른 치마)이 영롱하여 문채(무늬)는 은하수 물결같다. 연보(미인의 고운 걸음걸이)를 정히 옮겨 천연히 누에 올라 부끄러이 서 있거늘 통인 불러,


"앉으라고 일러라."


춘향의 고운 태도 염용(용모를 단정히 함)하고 앉는 거동 자세히 살펴보니 백색창파 새 비 뒤에(허연 바다물결 위에 새로 비가 내린 뒤에) 목욕하고 앉은 제비 사람을 보고 놀라는 듯 별로 단장한 일 없이 천연한 국색(나라 안의 첫째 가는 미인)이라. 옥안(아름다운 얼굴)을 상대하니 여운간지명월(구름 사이로 내보이는 밝은 달과 같음)이요 단순(丹脣)을 반개(半開)하니 약수중지연화(못에 떠 있는 연꽃과 같음)로다. 신선을 내 몰라도 영주에 놀던 선녀 남원에 적거(귀양살이를 함)하니 월궁(달 속에 있는 항아가 산다는 궁전)에 모시던 선녀 벗 하나를 잃었구나. 네 얼굴 네 태도는 세상 인물 아니로다.


 이 때 춘향이 추파(사랑의 정을 나타내는 넌짓한 눈짓)를 잠깐 들어 이도령을 살펴보니 금세의 호걸이요 진세간(인간 세상) 기남자(기이한 남자)라. 천장(이마의 한가운데)이 높았으니 소년공명(아주 젊은 사람으로 공적을 쌓고 명성을 얻음)할 것이요 오악(여기서는 이마, 턱, 코, 좌우 광대뼈를 말함)이 조귀(朝歸)하니 보국충신(나라를 돕는 충성스러운 신하) 될 것이매 마음에 흠모하여 아미(미인의 눈썹)를 숙이고 염슬단좌(무릎을 단정히 하고 앉음)뿐이로다. 이도령 하는 말이


"성현도 불취동성(같은 성끼리는 결혼하지 아니함)이라 일렀으니 네 성은 무엇이며 나이는 몇 살이뇨?"


"성은 성(成)가옵고 연세는 십육 세로소이다."


이도령 거동 보소,


"허허 그 말 반갑도다. 네 연세 들어보니 나와 동갑 이팔이라. 성자(姓字)를 들어보니 천장(하늘이 정해준 인연)일시 분명하다. 이성지합(두 개의 성이 결합함 곧, 결혼)은 좋은 연분 평생동락하여 보자. 너의 부모 구존(부모가 다 살아계심)하냐?"


"편모하(下)로소이다."


"육십당년(올해 육십 세인) 나의 모친 무남독녀 나 하나요."


"너도 남의 집 귀한 딸이로다. 천장(天定)하신 연분으로 우리 둘이 만났으니 만년락(萬年樂)을 이뤄 보자."


춘향이 거동 보소. 팔자청산(미인의 고운 눈썹) 찡그리며 주순(붉은 입술)을 반개하여 가는 목 겨우 열어 옥성(고운 음성)으로 여쭈오되,


"충신은 불사이군(두 임금을 섬기지 않음)이요 열녀 불경이부절(두 남편을 섬기지 않는 정절)은 옛글에 일렀으니 도련님은 귀공자요 소녀는 천첩이라. 한 번 탁정(정을 맡김)한 연후에 인하여 버리시면 일편단심 이내 마음 독숙공방(獨宿空房) 홀로 누워 우는 한은 이내 신세 내 아니면 누구일꼬. 그런 분부 마옵소서."


이도령 이른 말이,


"네 말을 들어 보니 어이 아니 기특하랴. 우리 둘이 인연 맺을 적에 금석뇌약(쇠나 돌처럼 굳은 약속) 맺으리라. 네 집이 어디메냐?"


춘향이 여쭈오되,


"방자 불러 물으소서."


이도령 허허 웃고,


"내 너더러 묻는 일이 허황하다. 방자야."


"예"


"춘향의 집을 네 일러라."


방자 손을 넌지시 들어 가리키는데,


"저기 저 건너 동산은 울울하고 연당(연못)은 청청(淸淸)한데 양어생풍(기르는 물고기가 바람을 일으킴. 즉, 물에서 뛰놀고 있음)하고 그 가운데 기화요초(선경에 있다고 하는 아름다운 꽃과 풀) 난만하여 나무나무 앉은 새는 호사(대단한 사치)를 자랑하고 암상(바위 위)의 굽은 솔은 청풍(淸風)이 건듯 부니 노룡이 굼니는 듯(몸을 구부렸다 일으켰다 하는 듯) 문 앞의 버들 유사무사양류지(있는 듯 없는 듯한 버들가지)요 들쭉(들쭉나무) 측백(측백나무) 전나무며 그 가운데 행자목(은행나무)은 음양을 좇아 마주 서고 초당문전(초당의 문 앞) 오동 대추나무 깊은 산중 물푸레나무 포도 다래 으름(으름덩굴 나무) 넌출 휘휘친친 감겨 단장(나지막한 담)밖에 우뚝 솟았는데 송정(소나무 정자) 죽림 두 사이로 은은히 보이는 게 춘향의 집입니다."


도련님 이른 말이,


"장원()이 정결하고 송죽이 울밀(빽빽함)하니 여자 절행 가지(可知)로다."


춘향이 일어나며 부끄러이 여쭈오되,


"시속인심(세상사람들의 마음 씀씀이)


강ㅇ쥬ㅣㄴ 12-06-02 13:42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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