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된 일들이 극에 달한 요즘 세상을 보면-/ 박석무 (다산연구소 소장) 

 

   
  성(性)은 선(善)하다 했는데

 
  공자의 학문을 이어받아 공자의 학문 수준에 버금가는 분이 맹자(孟子)였습니다. 그래서 세상에서는 맹자야말로
 ‘아성(亞聖)’이라고 찬양하면서 성인의 반열에 오른 분으로 여겼습니다. 맹자는 『맹자』라는 책에서 인간의 성품
은 착하게 태어난다고 하여 이른바 ‘성선설’을 주장했습니다. 물론 공자의 뜻을 이어받아 주장한 내용이었습니다. 
실학자로서 더 많이 알려졌지만, 다산은 당대를 대표하는 뛰어난 경학자(經學者)였습니다. 맹자의 성선설을 이어
받아 성리학(性理學)에서 그렇게도 중요한 위치에 있던 성(性)에 대하여 성리학의 집대성자인 주자(朱子)와는 분명
히 다른 성론(性論)이자 성선설을 독특하게 해석했습니다. 


  “성(性)은 기호(嗜好)를 주로 해서 말함이니 착함을 좋아함[好善]이 성이다. 악한 사람이라도 마음속으로 좋아하
는 바가 선(善)이므로, 탐관오리라도 청렴결백한 사람이라는 칭찬을 들으면 좋아하고, 음부(淫婦)라도 정결하다고 
말해주면 좋아한다. 도적도 마음으로는 부끄러운 생각을 하는 것이고, 악인도 스스로의 잘못을 생각하는 것이니, 
솔성(率性), 즉 성품대로 따른다는 뜻은 좋아하는 일에 따른다는 말이다.” (다산의 『맹자요의』의 학설을 정인보
가 압축한 내용, 『담원국학산고』 94쪽) 


  성기호설(性嗜好說)이라는 독특한 다산의 학설을 요령 있게 요약한 내용입니다. 그렇습니다. 성선설이 아니고는 
유학(儒學)이라는 학문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성악설도 있고 성선악혼재설도 있지만, 다산은 분명하게 성선설의 
입장에 서서 모든 경학이론을 물샐틈없이 명확하게 해석해냈습니다. “
착함을 좋아하고 착함을 즐기는 것이 성이다.” 이렇게 설파한 다산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무리 좋아하는 바가 
선(善)에 있다 하여도 착한 마음을 행동으로 옮긴 뒤에야 착함으로 된다. 가령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발동되었다 
해도 실제 일에서 부끄럽게 해주는 일을 폐기해버리지 못한다면, 마음의 내부에 나타난 부끄러운 생각만으로는 
의(義)가 되지 못한다.”라고 『맹자』의 「등문공장(藤文公章)」을 『맹자요의』에서 통쾌하게 해석했습니다. 


  요즘 세상을 보면 막된 일들이 극에 달한 것 같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흉기로 난도질해서 죽이고, 아들이 어머니도 죽이고 아우가 친형까지 거침없이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치하는 사람들도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을 거침없이 해대고, 사실무근의 이야기도 거리낌 
없이 토해내며, 음모비계도 비일비재로 꾸며집니다. 죄가 되고 악한 일임을 모를 리 없건마는, 주저하거나 거리
끼는 모습도 없이 그저 그렇게 지껄여지고 있습니다. 


  설사 내부에서는 부끄러운 생각도 있고, 내면으로는 거리끼는 심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선을 향한 실행이나 실
천이 없는데 어쩌란 말인가요. 부끄러운 마음 때문에 악한 일을 멈춰야 하고, 거리끼는 마음 때문에 하는 일을 중
단하는 그런 실행이 없는 세상, 이런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요. 새삼스럽게 다산의 『맹자요의』라는 책의 가치
가 더욱 돋보이게 느껴집니다. 미묘한 성선설의 논리가 무척이나 가슴에 와 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