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뉴스가 눈길을 끄는 이유 세 가지/ 김 민 환 (고려대 미디어학부 명예교수) 

 

   
  MBC의 아침을 열던 방송인 손석희가 JTBC로 옮겨 저녁 9시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9월 16일에 첫 방송이 나갔으
니까 이제 한 달이 조금 지난 셈이다. 아직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 회자(膾炙)가 많아 이쯤에서 짚어볼 필요도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손석희 뉴스는 세 가지 점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첫째는 포맷(format)의 차별성이다. 
우리 TV 뉴스는 처음에는 나열형(羅列形)이었다. 이 제1세대 포맷은 사건의 요소를 중요도 순으로 나열하는 형식이
었다. 구어체를 쓴 것 말고는 6하 원칙에 충실하던 신문 뉴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KBS-TV가 유아독존하던 시대
에 그 포맷은 오래도록 변함을 거부했다. 


  MBC-TV가 나온 이후 뉴스의 틀은 점차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제2세대 포맷은 구성형(構成形)으로 바뀌었다. 
뉴스 기사는 앵커멘트로 시작해, 기자가 사건을 요약하고, 인터뷰 내용을 내보낸 뒤 기자나 앵커가 마무리하는 형
식으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화했다. MBC-TV는 뉴스의 꼭지 수를 줄여, 심층 구성의 비율을 높였다. 
이 새로운 포맷은 엄기영이라는 탁월한 앵커와 어울려 뉴스의 MBC 시대를 열었다. 


현장형 포맷으로 TV 뉴스의 제3세대 열어 


  JTBC의 손석희 뉴스는 포맷에서 또 다른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구성형 포맷은 극적이기도 하고 완성도도 높지만 
즉시성이나 현장성에 한계가 있다. 마치 연출하듯이 구성하여 녹화한 뉴스를 수시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손석희 뉴스는 구성형 포맷의 그런 한계를 현장형(現場形) 포맷으로 뛰어넘었다. 손석희는 저녁 아홉 시 현재에 현
장에 나가 있는 기자를 불러낸다. 앵커와 기자의 직문직답(直問直答)이 이어진다. 
손석희는 기자만이 아니라 다양한 뉴스원(news-source)을 생방송으로 인터뷰한다. 
삼자대면(?)도 드물지 않다. 자연히 긴장감이 감돈다. 뉴스의 꼭지 수는 크게 줄었고 심층보도 비중은 매우 높다. 
손석희 뉴스는 그렇게 하여 목하 뉴스 포맷의 제3세대를 열고 있다. 


  손석희 뉴스가 눈길을 끄는 두 번째 요소는 저널리즘에서 금과옥조로 치는 사실성, 공정성, 및 균형성에 충실하
고자 애쓰는 점이다. 
다 아는 바지만 지난 정부에서 신문사도 방송을 겸영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가장 대표적
인 인쇄매체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및 매일경제신문이 종합편성 채널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저널리즘을 주도하는 네 메이저신문이 종편을 통해 내보내는 뉴스는 신문저널리즘의 1세기 또는 반세
기의 경륜을 바탕으로, 이전의 지상파 TV의 저널리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어야 한다. 그랬다면 시청자들
은 메이저신문에 방송을 하게 한 것이 옳은 결정이었음을 실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종편TV의 뉴스는 전문가는 물
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도, 그리고 시청률에서마저도, 지상파 TV 뉴스에 형편없이 밀리고 있다. 
특히 정치적 중립성의 측면에서 비판을 면키 어렵다. 경영상의 이유로 종편TV들이 사실상 보도전문 채널로 변질
해가는 추세에서 보이는 정치적 편향성은 종편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할 소지가 있다. 이런 시점에서 사실성, 공
정성, 및 균형성에 역점을 두는 손석희의 자세는 평가받아 마땅하다. 


재미있고 부드러우면서 은근히 품위가 배어나야 

 
  손석희 뉴스가 눈길을 끄는 세 번째 요소는 뉴스의 품위이다. 손석희는 앵커로서 사실성, 공정성, 균형성과 아울
러 품위를 핵심적인 덕목으로 내세웠다. 사실성, 공정성, 균형성에 대해서는 저널리즘 교과서마다 빼놓지 않고 중
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품위란 조금은 생경하다. 그 덕목을 강조하는 교과서란 흔치 않다. 
요즘 같은 세태에 품위라니 생뚱맞기도 하다. 그런데도 손석희가 그 덕목을 네 가지 핵심의 하나로 넣은 것은 그 
나름의 언론관이 거기에 자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TV 뉴스가 속화하고 있고, 일부 종편의 뉴스 진행자는 말을 함부로 하거나 비아냥거리기를 일상화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뉴스 진행이나 뉴스 내용에 품위를 따지겠다는 손석희의 태도는 높이 살만하다. 더욱이
그의 뉴스가 품위의 차원에서 분명한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고무한다. 


  그러나 옥에 티라 할까? 손석희 뉴스의 품위는 엄숙성과 동행한다. 엄숙주의와 함께 가는 품위는 대중을 등 돌
리게 한다. 손석희 뉴스가 부드럽고 재미있으면서도 거기서 은근한 품위가 배어날 때, 그나 그의 뉴스의 품위는 
더욱 돋보일 것이다.